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및 지자체들이 시도 행정통합 논의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 행정통합 중심 접근은 분권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026 지방선거에 대한 두 번째 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1차 간담회에서 공천제도 등을 다룬 경실련은 이번 간담회에서는 ‘지방분권, 행정통합을 넘어 실질적 권한 이양으로’라는 주제로 최근 전국 곳곳에서 급물살을 탄 행정통합 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뤘다.
참가자들은 지방분권 방향이 규모 확대가 아닌 권한 이전과 자치 역량 강화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를 맡은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분권 논의가 어느새 행정구역 통합이라는 단일 처방으로 수렴되고 있다”며 “오늘 논의가 통합을 넘어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주민 중심 자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짚었다.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합은 지방분권 해법이 아니라 오히려 지방자치를 약화할 수 있는 선택”이라며 행정통합 대신 협력 거버넌스와 네트워크 기반 정책 조정을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초광역 행정 수요에 대응하는 방식은 기존 지방정부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협력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통합 중시 접근은 오히려 권한 집중과 민주적 통제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통합 과정에서 갈등 비용과 행정 비효율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 정책 역량과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게 지역소멸 대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범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실장은 현재 행정통합 논의가 지역소멸, 인구감소 문제 심각성에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실장은 “중앙정부 주도 정책에는 현장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기초정부 중심의 정책 실험과 지역 맞춤형 자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광역 통합으로 주민과 행정 간 거리가 멀어져 생활 민주주의와 주민 참여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 지방분권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주민 가까이에서 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밝혔다.
유상조 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행정통합이 불가피한 선택처럼 추진되는 현실에 대해 “통합은 다양한 정책 수단 중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며 “중대한 제도 변화인 만큼 시범사업과 정책 실험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민투표 등 절차를 통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유 전 위원은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해 중앙정부 권한 구조를 긍정목록이 아닌 부정목록 방식으로 전환하고, 자치입법권과 재정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 현장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 과정에서 주민에게 충분히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의견 수렴도 없는 깜깜이 통합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 처장은 “자세한 설명 없이 정치 일정에 따라 논의가 속도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적 정당성과 정책 신뢰성을 동시에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통합이 경쟁력을 위한 해법이라는 주장엔 근거가 부족하다. 지역 발전 핵심은 지역 맞춤형 정책과 자치권 강화에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행정통합 여부를 떠나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지방 간 사무 재조정, 자치입법권 확대, 재정분권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광역 차원의 문제는 행정구역 통합이 아닌 기능별·생활권 기반 협력 모델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지방분권이 중앙 권한의 단순한 이양을 넘어,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의 회복 과정이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경실련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제기된 문제의식과 대안을 바탕으로 오는 10일 세 번째 간담회 ‘지방자치, 단체장 독주와 의회 거수기를 넘어’를 통해 지방자치 운영 구조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