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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이전론’ 다시 군불… 갈 길 바쁜 K반도체 발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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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남까지 “반도체 오라”

지방선거 표심 노리고 공약 분출
전남광주시장 출마자 목소리 키워
연초 李대통령 ‘이전 불가론’ 무색

용인 산단 이미 조성… 이전론 무리
입지도 한강 물 이용 등 용인 우위
업계 “반도체, 40년 미래 고려해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일각에서 잇따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을 꺼내자 반도체 업계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이전론에 선을 그었지만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 후보자를 중심으로 지역 표심을 노린 이전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국가 전략 자산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치 논리를 앞세운 무리한 공약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3일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은 지난해 12월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발언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김 장관은 당시 CBS 라디오에 나와 “용인에 SK, 삼성전자가 쓸 전기량이 원전 15개 수준”이라며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지역, 전기 많은 쪽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쓰일 막대한 전기량을 용인이 감당할 수 있겠냐는 취지였다. 김 장관 발언에 맞춰 전북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쪽에서 ‘전북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주장을 앞세우며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에 불을 붙였다.

갑작스러운 이전론에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경기지역 의원은 물론 야당에서도 비판 목소리를 내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기업을 옮기라 마라 할 수는 없다”고 이전 불가론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북지사 선거 출사표를 던진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산단 최적지는 새만금 일대’라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광주지역에서도 반도체 산단 이전론이 분출하고 있다. 초대 전남광주시장 출마에 나선 정치인들이 연달아 반도체 산단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것. 지난달 25일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용인 반도체 공장은 전남으로 와야 한다”며 “에너지와 용수를 감당할 수 있는 지역에 반도체 산업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김영록 전남지사가 ‘광주·전남 반도체 삼축 클러스터 비전 발표’를 통해 “국가적 지원 속에서 물과 전기, 인재를 모두 갖춘 전남광주특별시는 대한민국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무리한 공약’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용인 반도체 산단이 이미 조성 단계에 돌입한 만큼 이전론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팹(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토지 분양 계약을 체결하고 착공 절차를 밟고 있다. 호남으로 옮기면 복잡한 행정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어 경쟁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40년 후 미래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임기가 4년에 불과한 지자체장 후보들이 당선을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남이 용인보다 입지가 좋다는 주장도 시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반도체는 공정에서 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량이 풍부한 한강수계를 배후에 둔 용인이 호남 일대보다 유리하다는 평이다. 물류망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습기에 약해 배가 아닌 항공기로 수출되는 만큼 가까운 곳에 우수한 국제공항이 있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을 수출 기지로 활용하는 용인에 비해 호남권의 반도체 물류 인프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도권 이남 지역은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재와 인프라 확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며 “호남 지역에 적합한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