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20억달러(약 17조4000억원) 규모를 투입해 핵심광물 전략적 비축에 나선다.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꾸준히 추진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구글·보잉 등 주요 기업 참여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핵심광물 비축을 위한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미국 기업들은 시장 혼란이 발생할 경우 핵심광물이 고갈될 위험에 직면해 왔다”며 “오늘 우리는 프로젝트 볼트를 시작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어떠한 부족 사태로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결되긴 했지만 우리는 1년 전과 같은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 과정에서 중국은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지렛대로 사용하며 미국을 압박해 무역 합의를 끌어냈다.
프로젝트 볼트는 민간 기업들이 핵심 자재 불투명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희귀광물을 국가가 비축해 두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국방산업 기반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국가가 비축하고 있지만 민간용은 없었다. 기업들은 직접 저장의 부담 없이 구매 약정을 통해 비축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향후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자동차, 전자제품 등 제조업체들이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비축 광물에는 희토류와 갈륨, 코발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 자금은 미 수출입은행(EXIM)의 100억달러(약 14조5000억원) 대출과 민간 자본 약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조성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 이사회는 이날 대출을 승인했다. 프로젝트 볼트에 사용된 대출 이자로 미국 납세자들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사업으로 설립되는 ‘미국 전략 핵심광물 비축제도’가 미국 전역의 시설에 필수 원자재를 저장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출 구조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보잉, 구글 등 10여개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날 발표 현장에는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와 글로벌 광업 투자가인 로버트 프리드랜드가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전략적 석유 비축, 국가 방위를 위한 핵심광물 비축을 해왔듯이 이제는 미국 산업을 위한 비축량을 마련해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볼트’, 中 의존도 낮출까
프로젝트 볼트는 희토류를 카드로 한 중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공급망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희토류는 첨단기술 분야와 방위산업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 정제·가공은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좀 더 직접적으로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자국 기업들을 지원해 왔다. 우크라이나, 호주와 자원 접근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고,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꾸준히 광물 개발권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미국희토류주식회사(US Rare Earth Inc)에 최대 2억7700만달러(약 4000억원)의 직접 자금과 최대 13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해 희토류 및 자석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4일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주재로 핵심광물 장관급회의를 개최한다.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논의를 위해 장관급이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과 한국, 호주, 인도, 싱가포르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볼트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지고,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양자 협정들도 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중국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글로벌 핵심광물 산업망의 안정과 안전을 유지하는 문제에 대해 중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각국은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우천후이 중국 희토류 전문가를 인용해 “이 프로젝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완충 장치에 가깝다”고 낮게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