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일 “주가가 급등했지만, 우리 증시를 버블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별로 없다”며 증시 추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센터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OSPI 5000 and Beyond(그 너머)’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 주식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 수준으로 주요국 중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싸다고 해서 주가가 밀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5000포인트라고 하는 주가 수준이 기업 이익 및 자산가치 대비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부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조정 있었지만 상승동력 훼손 아냐”
발제를 맡은 NH증권 조수홍 리서치센터장도 “전날 큰 폭의 주가 조정이 있었지만, 증시 상승동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가 상승 동력으로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반도체 기업 중심의 이익 성장,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평가, 글로벌 유동성 확대 등을 꼽으며 이 같은 요소들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봤다.
조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 성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부문의 모멘텀이 지속될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재는 혁신에서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초입단계다. 반도체 사이클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자본시장 체질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350조원까지 1년 새 2배 가까이 성장하는 등 예금에서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감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 예금이 ETF 형태로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장기투자 연결 확률이 높아 수급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개선 요인”이라고 짚었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충실의무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증시 체질개선 정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체감경기와 증시 괴리…버블 의문 생길 만도”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요즘 체감경기와 주식이 ‘별세계’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면서 일각에서 ‘코스피 버블’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를 기록하면서 역대 다섯 번째로 낮았고, 올해도 2%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저성장은 굳어지는데 주가만 오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GDP와 주가가 괴리를 나타내는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독일도 최근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2023∼2024년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증시를 견인 중인 수출기업의 호실적이 내수에 기여하는 연결고리가 약해지면서 증시와 내수 경기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대기업 고용은 전체 취업자의 14%에 불과하다”면서 “몇몇 기업들이 잘 나가더라도 임금상승을 통해 민간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많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점차 국내가 아닌 해외로 향하고 있어 이런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김 센터장은 주식투자가 수출기업의 부를 나누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한국 주식투자 인구가 급증하며 주가 상승의 수혜자가 늘고 있다”면서 “우량기업의 주주가 됨으로써 기업 실적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옥석 가리기’ 필요하단 지적도
한편 최근 덩달아 상승 중인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센터장은 “코스닥 시가총액은 역대 최대인데, 지수는 닷컴 버블 당시 역사적 고점의 3분의 1 수준이다”면서 “코스닥 육성은 좋지만, 종목이 너무 많고 관리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최근 ‘3000스닥’을 목표로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가 약 800여개인 반면 코스닥은 1700개가 넘는다.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이 상향된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현재 23개사의 상장폐지를 심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