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이란 더 단순하고, 더 저렴하고, 더 접근하기 쉬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에서 시작해 기존 강자를 대체하는 것이다.”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개념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가 말한 혁신은 첨단기술 그 차체가 아니라 시장의 가치 네트워크를 바꾸는 새로운 과정이다.
유통산업에서의 혁신은 물가를 낮추고 제품 판촉을 도와 경제성장을 견인한다.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네트워크 효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주도한다.
국내 유통산업에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추월하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온·오프라인 영역이 무너진 빅블러(Big Blur) 현상 속에 신세계·롯데와 쿠팡이 자웅을 겨룬다. 중국 기업을 포함해 한반도를 둘러싼 ‘유통 안보 전쟁’이 벌어진다. 국내 토종 유통산업은 중국의 위세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수많은 국내 생산자가 중국 유통 대기업에 종속될 위험에 직면했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플랫폼 기업은 이미 국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고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정도다.
이 와중에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로켓 배송의 대명사이자 물류 혁명의 선두 주자인 쿠팡은 2010년 창업해 국내 온라인 유통 플랫폼 1위에 등극한 혁신의 아이콘이다.
쿠팡은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유통산업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밀집 도시형 통합 물류시스템을 기반한 로켓 배송은 소비자 경험을 확 넓혔다. 쿠팡은 대규모 물류 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유통산업 생태계 전반에 메기와 같은 창조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쿠팡은 3000만명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된 파문에 휘말렸다. 12개 정부 부처와 기관이 괘씸죄에 걸린 쿠팡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비롯한 먼지털기식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정부는 과거 쿠팡의 노동권 침해 및 불공정 거래 의혹까지 더해 복합적 중대 이슈로 다루며 영업정지 카드까지 내비쳤다. 여당도 쿠팡 대표 청문회에 이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 남용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추진하며 쿠팡 옥죄기에 동참한 모습이다. 당정이 미운털이 박힌 쿠팡을 마피아 때려잡듯이 집중포화를 쏘아대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가 외교적 이슈로 비화하자 쿠팡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쿠팡은 고용, 매출, 제조업 육성 등에서 무형의 가치를 지닌 한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간접고용 포함 4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사람들의 소중한 일터이자 수많은 소상공인에겐 생명줄과 같은 판로가 된다. 여전히 1570만 열성 고객들이 값싼 제품을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편리한 온라인 쇼핑 공간이다.
한국 경제는 초고령화, 저성장, 고물가 시대를 맞고 있다. 경제 양극화 심화로 서민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진다. 내수 기업은 불황의 그늘 속에 파산의 위협에 내몰린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기업을 많이 키워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에 매진해야 할 때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처럼 상호 불신과 대립은 모든 참여자를 파멸에 빠지게 할 뿐이다. 기업 하기 힘든 우리나라에서 어렵사리 큰 혁신기업을 망하는 길로 몰아붙여 파국을 자초해선 곤란하다. 혁신을 억누르는 규제는 결국 국익을 훼손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홍기영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객원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