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만3247명.’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다. 일시적으로 왔다 가는 관광객보다 이웃 주민인 경우가 훨씬 많다. 그중 78%인 215만9052명이 91일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다. 나머지는 관광 등의 목적으로 90일 이내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이다. 체류 외국인은 2023년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뒤 매년 증가세다. 세계적인 K컬처 바람을 타고 이르면 올해, 늦어도 2030년까진 300만명 고지를 넘어서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체류 외국인 300만명 시대를 앞둔 지금은 이민정책을 전면 재정비해야 하는 적기다.
현행 이민정책의 태생적 한계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은 여전히 ‘유치’ 대상이다. 정부 정책이 그때그때 필요한, 사회적 수요에 맞는 외국인 유입에 초점을 맞추는 틀에 갇혀 있다. 매년 고용 허가제와 계절 근로제로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온다. 한국 청년들이 기피하는 제조업·농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다.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린 재정난 타개가 목적이다. 소멸 위기인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 활력을 위해 외국인 인구 유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은 저출생·고령화, ‘인구 절벽’ 문제란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외국인 유치에 급급하다 보니 그 이후의 전략은 잘 안 보인다는 데 있다. 양적으로는 팽창했으나 내실이 빈약한 이유다. 외국인 유학생이 대표적이다. 한국어 연수생을 비롯한 유학생은 지난해 12월 30만8838명으로, 5년 새 2배 급증했다. 정부가 2023년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했던 점을 상기하면 목표를 조기 달성한 셈이다. 한국어 능력과 문화 이해도를 갖춘 유학생은 미래 인재다. 그 많은 유학생들 중 몇 명이나 한국에 남을까. 제대로 된 조사는 없지만 국내 취업과 정착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법무부가 지난해 일반 제조업체 2500곳을 상대로 실시한 ‘외국인 고용 실태 조사’에서 유학생을 고용하지 않은 이유 1위는 ‘고용 기회가 없어서’였다. 정부와 대학, 기업 간 유기적 지원체계가 미흡한 탓이다. 물론 일자리 미스매치도 원인이다.
이런 난맥상은 외국인, 이민 전담기구가 없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처우법상 외국인정책 총괄 부처는 법무부다. 정책 분야별로는 고용노동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에 산재해 있다. 이렇다 보니 부처 간 업무 영역이 겹치기도 한다. 외국인 주민 지원은 행정안전부, 결혼 이민자와 다문화가족 지원은 성평등가족부가 하는데, 뭐가 다른지 와닿지 않는다. 그간 개혁 시도가 없진 않았다.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구축은 윤석열정부 치적이 될 뻔했다. 2022년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필요성을 공론화해 현실화되는 듯하다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전환기에 있다. 이재명정부는 2030년 이후 미래상을 좌우할 키를 쥐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123대 국정 과제엔 외국인이나 이민이란 키워드가 없다.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민정책 중요성이 간과돼선 안 된다. 이민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민자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지,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토대로 중장기 전략을 설계해 힘 있게 추진할 전담기구 설립이 절실하다. “어차피 올 세상이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 말은 이민정책에도 적용돼야 한다. 교육 못지않은 이민 백년지대계를 고민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