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내 주요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불러모아 지방 투자와 신규 채용 확대를 주문한 건 성장의 과실이 소수가 아닌 경제 전반에 퍼질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지방선거를 4개월가량 앞두고 연일 수도권 부동산 투기 문제를 겨냥한 고강도 메시지를 내는 가운데, ‘5극 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을 필두로 한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라는 의도 역시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는 청와대 참모진과 기업인들 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농담을 건네자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답하고, 좌중이 웃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장인화 포스코 회장에게 농담을 건네고, 주변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나왔다. 이 회장이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강 실장이 답변하는 등 자연스러운 대화도 이어졌다. 이후 행사장에 입장한 이 대통령은 이 회장에게 “해외 (일정) 취소하고 오셨다면서요”라고 물었고, 이 회장은 “당연합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수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특히 누구도 상상 못했다고 하는 주가 5000포인트를 넘어서고 있다”고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연초 방중 성과도 언급하며 “기업인 여러분이 많이 협조해줘서 중국 현지에서 평가도 상당히 괜찮고, 한·중 관계도 상당히 개선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칭찬과 함께 경제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대기업들의 노력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는 생태계라고 하는데 풀밭도 있고, 메뚜기도 있고, 토끼도 있고 그래야 호랑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풀밭이 다 망가질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게 호랑이 잘못은 아니다. 구조를 운영하는 시스템에 큰 책임이 있기도 하다”면서도 기업들에 “조금만 더 마음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많은 시설, 기회, 인프라 등이 다 수도권 중심으로 돼 있으니 지방에서 전부 수도권으로 몰리고,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며 “사람 구하기 어려우니까 기업 활동하기 어렵고, 기업 활동하기 어려우니까 일자리가 없어서 또 사람들이 떠나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그간 국내외 기업들의 지방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에선 “한국 정부가 지방 중심의 정책을 편다는 점이 여러분이 앞으로 경영상 투자 결정을 할 때 하나의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은 최근 연이어 지적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 좁은 국토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정치·경제적 차이가 크고 수도권에 자원이 몰린 탓에 불균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방 투자와 균형 발전을 내세우는 것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광역단체 행정통합 ‘가속 페달 밟기’에 나선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에 “마침 기회가 온 측면이 있다. 소위 첨단 기술 분야, 재생에너지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데 교통의 발전, 통신의 발전 덕분에 사실 물리적으로 보면 지방이나 수도권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이 대통령의 주문에 호응하는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정부도 기업들의 채용과 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키워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10개 주요 기업들이 내놓은 투자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방에서 지난해에 비해 16조원 정도를 더 넣겠다는 건데,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현재의) 경제 여건에서는 굉장히 큰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경제 산업 여건이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채용도) 지난해 상반기 발표됐던 것에 비해서 이 10개 기업에서만 6500명을 증원하겠다는 것이니 적은 숫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수석은 또 “기업체 입장에서는 굉장히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활동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로부터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달받고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라고 관계 장관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