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하며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히는 데 빌미가 된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한국 내 상황, 노력을 설명했다. 회담 후 한국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배포했으나 미국 국무부가 낸 자료에는 관세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아 엇갈린 입장이 드러났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한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를 신속하고, 내실 있게 이행하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회담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미 공동설명자료 문안 타결 과정에서 루비오 장관의 기여를 상기하며, 합의 내용을 신속하고 내실 있게 이행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금년 중 구체 이정표에 따라 원자력, 핵추진잠수함, 조선 등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루비오 장관의 주도적 역할을 당부했다”며 “루비오 장관도 필요한 역할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특히 보다 조속히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부처를 독려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국도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국무부는 “미래지향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한·미동맹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며 “민간 원자력, 핵잠, 조선, 미국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투자 확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역 내 안정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기 위한 미·일·한(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미국의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해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최근의 약속과 경제·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핵심 광물 공급망의 다변화 및 안정적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입법부가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힌 이후 현안으로 급부상한 관세 문제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분명했다. 외교부가 관세 인상의 빌미가 된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상황에 대한 한국 내 사정을 설명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 문제가 다른 합의 사안에 영향을 주는 걸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한 반면, 국무부는 관세와 관련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한·미 간 관세·투자 합의 이행을 위한 우리의 국내적 노력을 설명했다”며 “(양국) 통상 당국 간 원활한 소통,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 당국 차원에서도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회담 내용을 공개했다.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안보 분야 합의 사항의 충실한 이행”도 강조했는데 관세 문제가 한국의 우라늄 농축, 재처리 권한 확대나 핵잠 도입 등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도 직접 엑스에 글을 올려 이번 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해 11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 발표 이후 처음 만나 내실 있는 이행을 더욱더 가속화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썼다. 이어 “우리 정부의 관세·투자 합의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한·미 협력의 긍정적 기류를 확산함으로써 원자력, 핵추진잠수함, 조선 등 핵심 분야에서 속도감 있는 진전을 만들어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