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통합이라는 대전제에는 찬성하지만, 재정과 권한 이양이 명확히 담기지 않은 특별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강력한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김 지사는 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극장에서 열린 ‘대전·충남 행정통합 도민의 고견을 청(聽)하다!’ 타운홀 미팅에서 모두발언으로 “실을 바늘 허리에 매고 쓸 수는 없다”며 “급할수록 순서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실패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지사와 홍성현 도의회 의장, 시장·군수 또는 부단체장, 도와 시군 의회 의원, 사회단체 대표와 전문가, 주민 등 1200여명이 참석해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김 지사는 “수도권으로 인적·물적 자원이 빨려 들어가며 지방은 인구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며 “대한민국을 5~6개 광역권으로 재편해야 하는 이유는 수도권 일극화를 막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와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중앙이 틀어쥔 재정과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지사는 충남대전이 발의한 특별법안에 담긴 재정 이양 구조를 설명하며 “지역 내 양도소득세 100%, 법인세 50%, 부가가치세 총액의 5%를 항구적으로 이양해 매년 9조 원 안팎의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발의한 통합특별법안에 대해서는 “양도세와 교부세 일부 이양만 담겨 추가 재원이 연간 3조7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지방재정 비율 35%에도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권한 이양 방식에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지사는 “충남도와 대전시가 낸 법안은 ‘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인데, 민주당 안은 ‘할 수 있다, 협의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돼 있다”며 “이런 내용으로는 통합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타운홀에서는 재정·권한 문제 외에도 통합시 명칭과 지역 형평성을 둘러싼 질문이 쏟아졌다. 일부 도민들은 통합시 명칭을 가칭 ‘대전특별시’로 설정한 데 대해 “충남의 정체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했고, 광주전남과 충남대전 통합특별법의 내용 차이를 두고는 “충청을 또다시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김 지사는 “광주·전남이 100이라면 대전·충남은 50도 안 된다”며 “각 통합시의 기준과 특례는 동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통합에 대해 순수한 의지를 가진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만나 방향을 설명하고 싶다”며 대통령 면담 필요성을 재차 밝혔다.
한편 타운홀 미팅에 앞서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행사장 밖에서 집회를 열고 졸속 행정통합 추진 중단과 주민 참여 보장을 촉구했다. 김 지사는 이날 제기된 도민 의견을 국회 설명 자료 등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