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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닛폰 매직’… 與, 개헌선도 넘기나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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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日 조기 총선

턱걸이 과반 여당… 입법 처리도 난항
“정권선택 선거” 총리직 걸고 승부수
적극재정·방위력 강화 동력 확보 의지

다카이치 열풍에 자민당 압승 전망
‘자위대 명시, 전쟁 가능국’ 개헌몰이
野 신당 열세 속 부동층·투표율 변수
“새로운 경제·재정 정책을 비롯해 국가의 근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의 대전환에 착수했습니다. 제게 국가 경영을 맡겨줄 수 있는지,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구하고자 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19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기로 결단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공명당 대신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아 연립정권의 틀이 바뀐 뒤 커다란 정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유권자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이번 해산에 따라 2월8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을 ‘정권 선택 선거’라고 규정하고 총리직까지 걸었다.

 

목표는 여당 과반 의석 획득. 기존 연립여당 의석수는 회파(會派·의원 그룹) 기준으로 총 465석 중 233석이었다. 취임 후 첫 한 달여는 230석 소수 여당, 무소속 의원 3명이 자민당 회파에 가입한 후로는 턱걸이 과반 상태로 국정을 운영해온 다카이치 총리는 각 당 대표 토론회에서 “지금처럼 한두 명이 결석하면 중요한 법안도 통과되지 않는 것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토로했다. 조기 총선에서 승리해 책임 있는 적극재정과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등 ‘다카이치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개헌선까지 넘보는 여당

 

다카이치는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에 이어 총리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아소파와 유신회 등에 많은 빚을 졌다. 당 안팎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신회를 연정에 끌어들이면서는 당내 반발이 큰 ‘중의원 의원 정수 삭감’ 요구까지 수용했다. 임시국회 추가경정예산 처리 과정에서는 야권의 협조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처럼 험난한 3개월여를 겪은 뒤 비장의 승부수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중의원 해산이다.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내각 지지율은 조기 총선 결심을 굳히는 배경이 됐다.

 

자신의 인기를 바탕으로 의석수를 늘린다면 ‘친정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4년 중의원 임기가 채 3분의 1도 안 지난 시점인 데다 2026회계연도(4월∼내년 3월)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있어 해산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선거전이 본격화한 뒤 나온 주요 언론사의 판세 분석 결과를 보면, 그의 승부수는 적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7·28일 전화, 인터넷 조사와 각 지역 취재결과를 취합해 각각 내놓은 판세 분석에서 자민당 단독 과반이 가능하다고 점쳤다. 접전 지역구 승부 결과에 따라서는 ‘안정 다수’(243석) 또는 ‘절대 안정 다수’(261석) 의석 확보를 노림직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243석을 얻으면 중의원 내 17개 전체 상임위원회에서 최소 여야 동수를 확보하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할 수 있다. 요미우리는 “총선 후 예산안을 둘러싼 논쟁의 무대가 될 예산위원회는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며 “여당이 이번에 안정 다수에 도달하면 이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여당은 2024년 총선에서 패하면서 예산위원장 자리를 30년 만에 야당에 넘겨줘야 했다. 지난 임시국회 때 사사건건 다카이치 총리를 답변자로 지명했던 입헌민주당 소속 에다노 유키오 예산위원장을 끌어내리고 다카이치표 예산안 처리에 탄력을 받기 위해 중의원 해산 결단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61석은 17개 상임위에서 모두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의석이다. 최근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시절인 2021년 중의원 선거 때 자민당이 단독으로 달성한 바 있다.

 

여당은 내친김에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310석)까지 넘볼 태세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일 중반 판세 분석 결과 자민당이 292석 전후(278∼306석), 유신회가 32석 전후(25∼38석)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연립여당이 310석을 노리는 종반 판세라고 5일 보도했다. 중의원에서 310석을 넘으면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돼 내려온 법안을 재가결할 수 있다. 여전히 여소야대인 참의원이 무력화하고 ‘다카이치 천하’가 되는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니가타현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고한 실력조직(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헌을 둘러싼 여야 간 합종연횡과 대립이 향후 일본 정치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여당은 이미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등 내용이 담긴 이른바 평화헌법 9조와 긴급사태 조항 관련 개헌을 위해 조문 기초(起草·초안을 잡음) 협의회를 설치하고, 국회 헌법심사회에 조문 기초 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바 있다.

 

다만 개헌안 발의는 중·참의원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고 국민투표도 거쳐야 해 여전히 문턱이 높다. 다카이치의 ‘정치적 스승’으로 꼽히는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추진했으나 야권 반발과 당시 연립여당이던 공명당의 신중한 태도로 이루지 못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쟁점 없는 다카이치 인기투표

 

요미우리의 1월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총선 투표 때 고려할 정책·쟁점으로 경기·고물가 대책(89%), 연금 등 사회보장(73%), 외교·안전보장(71%)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최근 자민당의 잇단 선거 패배 요인이었던 파벌 비자금 등 ‘정치와 돈’ 문제(55%)나 개헌(34%) 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이번에는 주요 정당들이 공히 소비세 감세를 고물가 대책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 때까지만 해도 ‘소비세는 중요한 사회보장 재원’이라며 반대했던 자민당마저 “식음료품(세율 8%)은 올해부터 2년간 소비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가속화하겠다”고 노선을 틀었다. 식료품 소비세 항구적 폐지(중도개혁연합), 전체 소비세 일률적 5% 적용(국민민주당) 등 세부적 차이는 있긴 하나, 선거 핵심 이슈인 고물가 대책에서 여야 간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셈이다.

 

개헌이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이번 선거는 ‘다카이치냐, 아니냐’가 최우선 판단 기준이 되는 분위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0,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탄생했을 무렵을 제외하면 정권 출범 초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수준을 지킨 적은 없었다. 도쿄 신주쿠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유권자는 “다카이치는 노회하고 세련되지 못한 남성 이미지가 강한 전임자들과 달리 참신하고 활기가 있다”며 “그라면 일본을 뭔가 다르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 총재 선거 때 구호인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를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내걸고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의 인기는 유세장에 모이는 구름 인파로 확인되고 있다.

8일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3일 사이타마현 우라와에서 열린 자민당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주먹을 치켜들며 다카이치 총리 연설에 호응하고 있다. 우라와=EPA연합뉴스
8일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3일 사이타마현 우라와에서 열린 자민당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주먹을 치켜들며 다카이치 총리 연설에 호응하고 있다. 우라와=EPA연합뉴스

◆신당, 보수 분열, 투표율이 변수

 

선거전 돌입 전 현지에서는 야권 신당의 파괴력에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중도개혁연합은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자민당 우경화’를 견제하며 최근 만든 정당이다.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기반으로 한 공명당은 끈끈하고 일사불란한 조직력으로 유명하다. 2024년 중의원 선거 당시 공명당 비례대표 득표가 절반만 중도개혁연합으로 이동해도 제1당이 뒤바뀐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중도개혁연합은 지지세를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당파의 마음도 못 얻고 있다. 최근에는 “의석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26년간 여당이던 공명당의 통합이 시너지보다 역효과를 더 많이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타 마사키 오사카경제대 교수는 아사히에 “정책도 자민당과 비슷하고, 여당과 싸우려는 자세도 없으며, 별다른 특징도 없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반발해 입헌민주당을 지지했던 무당층이 다시 자민당으로 돌아서는 흐름”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했던 참정당이 이번에 지역구 후보를 대거 냈다. 그러나 참정당으로 갈아탔던 자민당 지지층도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여서 보수표 잠식 효과는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남은 변수는 부동층과 투표율이다. 아직 마음을 못 정한 유권자가 지역구는 40%, 비례대표는 30%가량 존재해 이들에 의해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투표율은 높을수록 자민당에 유리해진다는 평가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세가 견고한 20·30세대와 무당파가 투표장에 많이 나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