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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하고, 공격하고… ‘몸의 비밀 병기’ 면역 시스템을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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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수업/ 존 트라우즈데일/ 김주희 옮김/ 판미동/ 3만2000원

 

‘면역력에 좋은 음식’, ‘노화로 저하된 면역’…. ‘면역’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흔히 쓰이지만, 정작 면역 체계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복잡하고 난해하게 여겨지는 면역 체계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며, 그것이 인간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면역은 단순히 외부의 병원체를 막아내는 방어 장치가 아니다.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고, 장기 간 소통을 조율하는 정교하고 고도로 지능적인 시스템이다. 그는 면역을 “인체의 모든 세포와 조직에 걸쳐 촘촘히 얽혀 있는 거대한 연결망이자, 우리의 존재 깊숙한 곳까지 뻗어 있는 근본적 구조”라고 설명한다. 면역계는 감염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을 유지·정돈·복구하는 전 과정에 관여한다. 심장병·뇌졸중 같은 질환은 물론, 배우자 선택 같은 인간의 행동과도 연관돼 있다.

존 트라우즈데일/ 김주희 옮김/ 판미동/ 3만2000원
존 트라우즈데일/ 김주희 옮김/ 판미동/ 3만2000원

면역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암세포를 찾아내며, 때로는 뇌의 구조까지 변화시킨다. 그러나 이 정교한 시스템이 항상 바람직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와 자가면역 질환처럼, 면역 체계가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는 사례는 그 위험한 단면을 보여준다. 작은 오류 하나가 평생의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면역계는 강력하면서도 위험한 시스템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뛰어난 가독성이다. 저자 스스로 “대중 과학서와 교과서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히듯, 책은 과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세포와 단백질, 화학 신호가 얽힌 복잡한 메커니즘을 과장 없이 설명하면서도, 독자가 자신의 몸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점도 흥미롭다. 면역을 단순한 ‘방어군’이 아닌, 끊임없이 판단하고 선택하는 생물학적 의사결정 체계로 인식하게 만들며, 책은 면역에 대한 통념을 조용히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