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다. 입춘을 맞아 봄이 들어가는 지명을 떠올려본다. 가까이는 춘천이 있다. 이은상은 우리말 ‘봄내’를 한자로 쓴 것이 춘천이라 하였지만 춘천의 연원은 정작 엉뚱한 곳에 있다. 춘천의 옛 지명은 수차약(首次若) 혹은 수약(首若)이라는 생뚱맞은 이름이다. 고구려 때의 이름이라니 더욱 그 이름의 연원이 막연할 수밖에 없다. 통일신라가 되면 이 지역의 이름은 우수주(牛首州)가 된다. 우수주가 춘주(春州)가 되는 것은 고려 때에 와서의 일이고 조선 세종 때가 되어서야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춘천(春川)이라는 지명이 보인다.
그런데 옛 역사서들에는 춘천의 옛 이름으로 전혀 엉뚱한 지명이 출현하기도 한다. 삼국사기 ‘고구려조’에는 수차약주의 이칭으로 오근내(烏斤乃)라는 지명이 나오고 백제가 이 지역을 점령했을 무렵에는 이 지역을 주양성(走壤城)이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같은 지역의 이름을 두고 이토록 서로 무관해 보이는 지명이 많다는 점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하지만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따져 보면 뜻밖에 이들이 모두 하나의 단어로 수렴된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흔히 춘천의 옛 이름 ‘우수주(牛首州)’는 ‘소머리’로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전국에 소머리와 관련된 100여 개의 지명이 모두 ‘우두(牛頭)’로 쓰여 있는 데 비해 춘천만 ‘우수(牛首)’로 되어 있다. 이 지역의 다른 이름 ‘수차약(首次若)’, ‘수약(首若)’에 모두 ‘수(首)’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면 ‘수차(首次)=수(首)’의 지명 공식을 찾아볼 수 있고, 한자 ‘牛’에 대응하는 우리 옛말 ‘쇼’의 방언에 ‘숯’(호남/경상), ‘숫’(제주/전남)과 ‘윷놀이’의 ‘윷’이 본래 ‘쇼>소’를 가리키던 옛말 ‘슛’에서 바뀐 말임을 알 수 있다. 즉 ‘소’를 가리키는 우리 옛말 ‘슟~슈’를 한자로 쓸 때 때로 뜻을 살려서 ‘牛[소 우]’로, 때로 소리를 살려서 ‘슈ᄎᆞ/슟(首次)~슈(首)’로 기록했던 것이다.
한편 지명 표기들에서 대개 ‘州, 壤, 乃, 奴, 惱’ 등이 땅을 나타내는 우리 옛말 ‘나’에 대한 대응 표기였음을 기억한다면 ‘若[냑]’도 결국 땅을 나타내는 ‘나’를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옛 지명에는 어두에서 ‘ㅅ~ㅈ~ㅊ’이 서로 넘나드는 일이 종종 나타난다. 이렇게 보면 ‘수차약’은 ‘슟나’를 쓴 것이고 ‘수약’은 ‘슈나’, ‘주양(走壤)’은 ‘쥬나’, 춘주(春州)는 ‘츈나’를 쓴 것인데 ‘슟나’를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것이 ‘슌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츈나=슌나’, ‘쥬나~슈나’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춘천(春川)’의 ‘川(내 천)’의 우리 옛말이 ‘나리’였음을 생각한다면 ‘춘천’ 역시 소의 땅이라는 뜻의 ‘슟나>슌나’의 이표기 ‘츈나’를 한자로 쓴 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근내(烏斤乃)’라는 낯선 지명 역시 ‘烏斤[오근]’이라는 지명이 ‘鳥斤[죠근]’의 잘못이었거나 아니면 ‘쥰나’ 혹은 ‘슌나’로 발음되었을 법한 어떤 독법을 가진 말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때 이 역시 ‘소의 땅’이라는 뜻을 갖는 ‘소나’의 옛말 중 하나였으리라. 이른바 ‘맥국’이 있었다는 ‘춘천’의 이름은 이렇게 ‘슌나’라는 독법으로 묶여서 ‘소’의 옛 단어 ‘슟’과 연결이 되고 결국 이 단어는 고구려 5부족 중 하나인 ‘순노부(順奴部)’의 ‘순노(順奴)’와 연결된다는 지점까지 이른다면 우리가 왜 땅이름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김양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