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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검토, 시대 역행 규제 더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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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4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두 차례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구조다. 당·정·청은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추가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 법 시행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대형마트나 쇼핑몰 같은 대규모 점포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을 방지해 골목상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안이다.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강제 등으로 대형마트의 발목이 묶인 사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는 승승장구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 Inc의 연 매출은 41조원으로 국내 대형마트 매출(37조원)을 넘어섰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거대 기업의 민낯을 목도한 소비자가 선뜻 ‘탈(脫)쿠팡’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새벽 배송 허용은 유통 채널 간 경쟁 확대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국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경을 넘는 무한 경쟁 상황에서 언제까지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라는 과거의 대결 구도에 매몰돼 있을 건지 답답한 노릇이다. 노동계가 ‘건강권’을 앞세워 새벽 배송 폐지를 주장할 때가 아니다. 물류를 책임지는 택배 기사와 어렵게 판로를 뚫은 중소상공인, 농어업인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건가.

이번 논의는 일요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로 이어져야 한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시·청주시 등 일부 지자체와 달리 서울과 수도권 대형마트는 여전히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마트가 쉬는 날 주변 상권 매출도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골목상권 보호 명분도 퇴색한 지 오래다.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혁신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서둘러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