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사정이 팍팍해지면 소비자의 시선은 가장 먼저 실속으로 향한다. 최근 국내 중고차 시장의 풍경이 딱 그렇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화려한 옵션을 갖춘 대형 세단보다는 기름값과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경차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폼 나는 대형차보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실효성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다.
6일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의 중고차 서비스 ‘당근중고차’가 지난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차 매물의 평균 거래 완료 기간은 단 7일에 불과했다. 중고차 시장에 매물이 올라오자마자 일주일 만에 새 주인을 찾아간 셈이다. 이는 전체 차종의 평균 거래 기간인 12.4일과 비교하면 5.4일이나 빠른 속도다. 중형차나 SUV가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경차는 ‘올리자마자 팔리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요가 몰리니 가격도 자연스럽게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기준 경차의 평균 거래 가격은 약 476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87만 원)과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23%나 급등했다. 중고차는 통상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감가상각이 일반적이지만, 경차만큼은 예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격이 올랐음에도 경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하다. 취등록세 감면, 공영주차장 및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등 강력한 세제 혜택과 저렴한 유지비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일부 경차 모델의 신차 출고 지연 현상도 중고차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당장 차가 필요한 이들에게 ‘즉시 인수’가 가능한 중고 매물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차종별 거래 순위를 살펴보면 실용성을 중시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화물차를 제외한 전체 차종 중 거래량 1위는 기아의 ‘모닝’이 차지했다. 7위에 오른 ‘레이’를 포함해 경차 모델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길 위의 자동차 5대 중 1대는 중고 경차 거래인 셈이다.
그 뒤를 이어 쉐보레 스파크와 현대차 그랜저가 각각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통적인 인기 모델인 그랜저가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고는 있지만, 상위권 리스트 상당수를 경차가 장악하며 대세임을 입증했다.
당근중고차 관계자는 “최근 거래 흐름을 보면 화려한 옵션이나 브랜드의 상징성보다는 실질적인 유지비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실속형 소비’ 경향이 뚜렷하다”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