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서 관리자급 직원이 일용직 노동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다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겉으로는 ‘쾌적한 근무 환경’을 내세웠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폭염에 지친 노동자를 향한 인격 모독이 발생하면서 쿠팡의 노무 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부천 물류센터 소속 관리자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7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20대 노동자 B씨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어지럼증과 구역질을 느껴 잠시 휴게실을 찾았다. 하지만 휴식은 2분 만에 깨졌다. 센터장인 A씨가 나타나 “왜 쉬고 있느냐”며 다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A씨는 B씨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쏟아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A씨는 “니가 X 같으니까”, “너 XXX니까”라며 인신공격을 가했다. 이어 “일 안 하고 돈 벌려고 왔느냐”, “돈 줄 테니까 사람들한테 피해 주지 말고 법적으로 해결해라”라며 고성을 질렀다. 반말을 삼가달라는 B씨의 요청에도 “어쩌라고”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허위 공고 의혹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피해자 B씨는 당초 채용 공고에 명시된 ‘에어컨 풀 설치’와 ‘폭염 시 근무 자제’라는 안내를 믿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 상황은 판이했다. B씨는 “공고 내용과 달리 현장에는 에어컨이 없었다”며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몸에 이상을 느껴 쉬러 내려갔을 뿐인데 돌아온 건 폭언이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당시 현장에는 119 구급대까지 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구급대가 온열질환 증상이 없음을 확인해 이송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노동자가 체감하는 현장의 노동 강도와 관리자의 고압적 태도는 여전히 논란의 핵심이다. 쿠팡은 제보 접수 후 동영상 등 사실관계를 파악해 A씨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감봉 1개월이라는 처분이 폭언의 수위에 비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물류센터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관리자가 일용직 노동자에게 행하는 갑질이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쿠팡 측은 “부적절한 언행이 확인되어 즉각 징계 조치를 완료했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물류센터 내 온열질환 관리 부실과 직장 내 괴롭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로켓 배송’이라는 혁신의 이면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가 쿠팡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