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본사업 전국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천의 한 자치구는 전담 인력이 여전히 한 명에 불과하다. 해당 자치구는 지난해 9월 통합돌봄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복지지원과 소속인 A씨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기존 업무와 통합돌봄 업무를 겸직하다 새해가 돼서야 전담을 하고 있다. 인천시가 최근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인력이 분산돼 충원도 다음 달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통합돌봄 체계에서 중심이 되는 지자체는 노인 등에게 맞춤형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 신청∙조사∙판정∙지원계획 등 절차에서 전방위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인 탓에 담당 인력이 A씨 1명인 자치구는 아직 통합돌봄 대상자를 발굴하거나 서비스를 연계한 사업 운영 성과가 없다. A씨는 8일 “지역 보건소도 연계해 도와주고 있지만 관리는 혼자 하는 셈”이라며 “다음달 말쯤에야 총 4명으로 전담조직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올해 통합돌봄 예산에 9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초고령화 시대에 통합돌봄은 노인∙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돌봄∙요양∙복지의 ‘패러다임 전환’인 만큼 정부가 지속해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읍면동 더 열악…“정부 지원 미비”
통합돌봄은 2023년 시범사업 형태로 12개 시군구에서 시작했다. 이후 2024년 32개, 지난해 6월 131개로 확대된 뒤 같은 해 9월 229개 전체 시군구가 참여하게 됐다. 정부는 지자체별로 준비 사항을 점검하며 통합돌봄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현재 대부분의 시군구가 전담조직 구성에 나섰으나 3∼4명으로 팀을 꾸리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통합돌봄 사업 대상자를 발굴하고 사전 조사를 할 읍면동 단위는 전담 인력 없이 기존 인력이 행정 및 민원 업무와 더불어 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9월 시범사업에 참여한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번 주 전담조직이 생길 예정이다. 통합사례관리사까지 포함해 4명으로 구성된다”며 “동에도 전담자가 있어야 사업이 운영될 것 같지만, 동 단위의 경우 전담 인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돌봄 대상자를 확인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지만, 전수조사나 방문조사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에도 기존 업무들이 있어 겸직하기 버겁고 일선 공무원의 과부하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한시적’ 인건비 지원에 대한 불만이 극심하다.
정부는 전국에 통합돌봄 서비스 확충을 위해 올해 관련 예산 914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71억원보다 대폭 늘었다. 이 중 지자체 특화 서비스 확대 등 지역서비스 확충 예산은 총 620억원이다.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고령화율과 의료취약지 여부 등을 고려해 차등지원하는데, 국비로 전국 지자체에 9개월간만 지원되는 금액이다.
지자체 요구가 컸던 통합돌봄 전담 인력 인건비는 192억원만 책정됐다. 이는 통합돌봄 사업을 각 지자체가 수행하기 위한 적정 인력 예산의 40∼50% 수준에 그친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통합돌봄 전담 인력을 위한 기준인건비로 총 5346명을 배정했다. 그러나 실제 복지부에서 내려진 인건비 지원은 약 2400명분이다. 이마저도 6개월 치라 추후에는 지자체가 관련 인력 충원을 전부 감당해야 한다.
인천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통합돌봄 관련 기준인건비가 당초 16명 배정됐는데, 실제 예산 지원은 8명의 6개월 치만 받았다”며 “정부의 인건비 지원도 신규 채용으로만 가능해 하반기에나 충원될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은 기존 인력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전담 인력을 늘리기 위해 경력직을 우선 배치하고 신규 공무원 채용을 하반기에 이루도록 각 지자체에 독려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2∼3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신규 채용 기준으로 기준인건비의 절반인 5명분의 인건비를 지원받았는데, 경력으로 따지면 사실상 2명 치를 받은 것”이라면서 “통합돌봄 업무의 경우 경력 있는 인력이 맡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성과 없는 지자체 72곳
지난달 16일 기준 통합돌봄 시범사업으로 서비스 연계 등 성과가 없는 시군구는 72개(31.4%)에 달했다. 반면 앞서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의지를 내비친 일부 지자체들은 통합돌봄 관련 전담조직을 ‘국’, ‘과’ 수준으로 구성하거나 이미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연계하는 곳도 있다.
전담조직 구성을 완료했거나 계획 중인 229개 시군구의 조직 유형을 분석한 결과 ‘팀’으로 구성한 건 201곳, ‘과’는 25곳, ‘국’은 3곳이었다.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성동구가 통합돌봄국을 운영 중인데, 산하의 통합돌봄과 인력만 16명에 달한다. 어르신복지과(12명), 장애인복지과(13명) 등을 포함해 56명이 총원이다.
지자체별 통합돌봄 준비∙운영 격차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노인 등 수요자가 받는 서비스 수준에 차이가 드러난다는 부분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면 서비스 연계와 계획 수립 등이 면밀해지지 못한다”고 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통합돌봄은 욕구가 다양한 대상자에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록화해 한 번에 연계해 주는 것으로, 지역 특화와 다양한 양질의 서비스 등이 관건”이라며 “준비가 미흡하면 노인∙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순환보직이 이뤄지는 특성상 통합돌봄 관련 인력이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무원 순환보직 원칙상 인력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며 “대상자 개별적으로 계획 수립을 하고 사례관리를 해야 하는데 자칫 기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자체장 의지도 중요”
지자체도 통합돌봄 사업에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2년 치러진 직전 지방선거에서는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이 다수 지역에서 승리했는데, 이재명정부의 통합돌봄 사업 추진과 엇박자가 난다는 비판도 있다. 통합돌봄 기반을 완전히 구축하지 못한 45개 시군구 중 국민의힘 지자체장이 있는 곳은 33곳(73.3%)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경우 지자체장의 의지가 크지 않아 통합돌봄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합돌봄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하지 못하는 지자체장들이 있다”며 “(통합돌봄은) 사람 중심으로 돌봄을 분절되지 않게 이어주는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로, 자원 투입 대비 가장 체감도가 높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돌봄 본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확대가 급선무라는 제언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추경 편성이라도 해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확실한 지원 없이 지자체가 적극 나서지 못하는 걸 정부가 탓할 수 없다”며 “실행 주체가 지자체라 해서 재정 책임도 지자체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