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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서 뗀 서류의 온기…신혼부부 통장 지킬 ‘50만원’ 유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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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6 혼인신고 시 연말정산 세액공제
지급 형태의 ‘보조금’ 아닌 ‘세금 깎는’ 형식

법적으로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혼인신고가 ‘숭고한 약속’을 넘어 경제적 축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2024년 세법 개정으로 ‘결혼세액공제’가 신설되면서, 2024~2026년 사이 혼인신고를 한 맞벌이 부부라면 누구나 연말정산에서 1인당 5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입니다.

 

‘정말 혼인신고만으로 낼 세금이 줄어들 수 있을까?’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자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혼인신고한 기자가 회사에 연말정산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결혼세액공제를 위해 별도로 낸 혼인관계증명서. 김동환 기자
지난해 12월 혼인신고한 기자가 회사에 연말정산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결혼세액공제를 위해 별도로 낸 혼인관계증명서. 김동환 기자

 

회사 관련 부서에 ‘결혼세액공제를 받으려면 혼인관계증명서만 제출하면 되나요?’라고 문의하니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구청에서 뗀 혼인관계증명서 한 장이 무려 50만원의 가치를 지닌 유가증권인 셈입니다.

 

그 길로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사이트에 접속해 증명서를 출력했습니다. 갓 나온 종이 한 장의 온기가 축의금처럼 따스하게 느껴지더군요.

 

홈택스에서 받은 서류를 회사 연말정산 사이트에 올리면서 혼인신고일을 입력하는 칸이 눈에 띄었습니다.

 

날짜를 입력하고 나중에 신고서 초안을 확인하니, 결혼세액공제 항목 옆에 선명하게 동그라미가 표시되더군요.

 

조세특례제한법이 규정하는 이 제도는 생애 단 한 번 제공되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맞벌이인 저희 부부에겐 합산 100만원이라는 웬만한 축의금보다 두둑한 보너스가 생긴 셈입니다.

 

정부는 결혼세액공제에 결혼 초기 비용을 국가가 함께 분담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정부 자료에서 언급된 ‘결혼비용 지원’ 문구는 이사나 가전 구매가 필수인 신혼부부에게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국세청 관계자는 2024년 이전, 즉 2023년 혼인신고 건 등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낼 세금을 깎는 것이지 돌려받는 금액에 얹어주거나 현금으로 지급하는 ‘보조금’ 개념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결정세액이 30만원이라면 공제액 50만원 중 30만원을 차감해 낼 세금이 0원이 되는 것이지, 나머지 20만원이 따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결혼세액공제에 결혼 초기 비용을 국가가 함께 분담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 자료에서 언급된 ‘결혼비용 지원’ 문구는 이사나 가전 구매가 필수인 신혼부부에게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결혼세액공제에 결혼 초기 비용을 국가가 함께 분담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 자료에서 언급된 ‘결혼비용 지원’ 문구는 이사나 가전 구매가 필수인 신혼부부에게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제도의 가장 큰 강점은 조건 없는 보편성입니다.

 

소득이나 나이 제한이 엄격해 늘 ‘그림의 떡’이었던 다른 특례와 달리, 오직 혼인신고 자체에만 집중해 인센티브를 부여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024년에 혼인신고를 마친 맞벌이 초혼 신혼부부라면 2025년 연말정산 시 두 사람 모두 50만원씩 공제를 받게 됩니다.

 

재혼이어도 2024년 혼인신고 후 공제 받은 적 없다면 대상이 되며, 둘 중 한 사람만 공제를 받은 적 없다면 해당 인물만 적용 대상입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자뿐만 아니라 사업소득이 있는 개인사업자 등도 신청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적용 여부와 필요 서류는 관할 세무서에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연말정산 기간에 서류를 내지 못했어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현행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세금을 더 냈을 경우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시점부터 5년 내에 관할 세무서에 환급을 요구할 수 있는 ‘경정청구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 귀속분의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기한이 이듬해 5월31일이므로,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기한을 기준으로 법적 권리 행사 기간인 5년을 더하면 2030년 5월31일까지 신청 기회가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입니다.

 

역시나 2024~2026년 혼인신고만 적용되므로 2023년처럼 이전의 건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세청은 거듭 강조했습니다.

 

결혼세액공제 관련 세계일보 질문에 대한 국세청의 답변. 국세청 제공
결혼세액공제 관련 세계일보 질문에 대한 국세청의 답변. 국세청 제공

 

이 제도는 단순히 세금을 감면하는 기능을 넘어 결혼 초기의 경제적 연착륙을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기도 합니다.

 

지역별 신혼부부 지원 사업과 연계한다면 신혼살림에 더 큰 보탬이 될 수도 있습니다.

 

퇴근 후 가계부를 정리하던 중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나갈 세금을 줄인다면 그만큼 더 번 것”이라던 아내의 말은 이 제도의 핵심을 꿰뚫고 있습니다.

 

사랑의 결실을 본 부부에게 선사하는 이 달콤한 보상은 신혼 경제의 든든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국세청 관계자는 “서류 한 장으로 소중한 권리를 꼭 챙기시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