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유학자와 항일 의병장의 문집 책판이 미국으로 건너간 지 50여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미국 워싱턴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척암선생문집’·‘송자대전’·‘번암집’ 책판 3점을 기증받았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기증받은 책판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들이 기념품으로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가 보관한 유물이다.
1917년에 판각한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척암 김도화 선생의 문집을 찍은 책판이다. 김도화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직후 유생들이 일으킨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현재 19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번 책판은 1970년대 초 미국 연방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 한국지부에서 일했던 앨런 고든이 한국의 골동품상으로부터 사들인 뒤 미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고든이 사망한 뒤에는 부인이 보관하다 지난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밝혔고, 협의를 거쳐 재단 미국사무소로 넘어오게 됐다.
‘송자대전’ 책판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만든 것으로, 앞서 고든은 ‘척암선생문집’ 책판과 함께 ‘송자대전’ 책판을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갔고 여동생인 앨리시아 고든에게 ‘송자대전’ 책판을 선물했다.
조선 영조와 정조 시기 국정을 이끈 핵심 인물인 번암 채제공의 문집 ‘번암집’ 책판도 돌아오게 됐다. ‘번암집’ 책판은 전체 1159점 가운데 358점만 남아 있으며 ‘척암선생문집’ 책판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에 일괄 등재됐다. ‘번암집’ 책판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이 한국의 어느 골동품상에서 산 뒤 미국으로 가져와 재미교포 김은혜씨 가족에게 선물한 것이다. 김은혜씨는 이 사실을 파악한 재단의 제안을 받고 기증을 결정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기증된 유물들은 1970년대 국내에서 도난 혹은 분실된 책판 중 일부가 기념품으로 둔갑한 뒤 해외로 반출된 과정을 보여준다. 당시 문화유산 국외 반출의 실태와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척암선생…’·‘송자대전’ 등 3점
유산청 “국외반출 실태 이해 단서”
유산청 “국외반출 실태 이해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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