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한 의원급 병원 대표원장의 하소연이다. 본인도 정규 업무로 자리를 쉽게 비울 수 없어 통합돌봄에 선뜻 자원하기 어렵다고 푸념했다. 게다가 낮은 수가를 비롯한 전문장비 지원 같은 현실적이고 충분한 보상이 없다면서 재차 고개를 저었다.
다음달 전국 시행을 앞둔 통합돌봄 정책이 인력난과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원래 살던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노후를 보내도록 의료·요양·돌봄을 한데 제공하자는 통합돌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통합돌봄 전국 시행 50여일을 앞두고 ‘허브’ 역할을 할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통합돌봄 시범사업 공모가 시작된 202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195개 시·군·구, 344개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재택의료센터로 지정됐다. 지난달 6∼28일 추가 신청을 받았지만 아직 설치되지 않은 시·군·구는 전체(229개)의 14.8%인 34곳에 달한다.
◆시작 전부터 인력난, 인프라 부족 ‘호소’
복지부는 다음달 27일 본 사업이 시작되기 전 모든 지자체가 재택의료센터를 갖추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3년에 걸쳐 모집이 이뤄진 터라 사실상 ‘이미 다 참가했다’는 게 일선 병원들 분위기다. 심지어 기존 재택의료센터로 지정됐던 곳들마저 폐업이나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통합돌봄 최전선에서 속속 이탈하는 실정이다.
9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통합돌봄은 기존 의료진의 재택 방문 개념의 왕진을 체계적으로 변형한 노인돌봄 체계이다. 환자의 실제 생활환경에서 진찰·치료함으로써 의료 접근성 향상 및 심리적 안정감 제공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고, 검사 장비 부족과 응급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닌다.
경기 부천의 한 정형외과 관계자는 “동네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을 따질 수밖에 없는데 인건비 부분에서 재정적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떠안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복지사를 뽑아 정직원으로 둬야 한다”며 “우리도 전문의 1명에 간호사가 2명으로 운영 중이라 이외 사람을 써 지출하는 고정적 비용은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비수도권 상황은 더 열악하다. 간호사 및 대상자 발굴, 서비스 조정, 사례관리 역할을 수행할 지방 복지사의 경우 노인돌봄 체계로 유입되려고 하지 않는다. 공공 분야인 통합돌봄 체계가 열악한 처우와 과중한 업무로 자발적인 유인 요인이 없어서다.
경북 북부지역 군 관계자는 “정부의 예외 규정에 따라 관내의 유일 종합병원급 기관에 겨우겨우 사정해 팀을 꾸릴 수 있었다”며 “올해는 이렇게 센터를 갖추더라도 해당 병원에서 추후 더 참여할 수 없다고 회신하면 지자체 입장에서도 딱히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나 병·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의원-보건소 협업형 모델’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의사는 의원이 직접 담당하고, 간호사·사회복지사를 보건소에서 뽑아 투입하는 방식”이라며 “현재 32개 시·군·구에서 34곳이 해당 모형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역할과 책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군 보건소 상황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경북의 농촌마을인 예천군은 시내 한의원과 팀을 구성하는 방침을 세웠지만 보건소에 간호사·복지사를 배치하지 못했다. 예천군 한 공무원은 “사람 구하기에 그야말로 진땀을 빼고 있다. 1년 단위 계약으로 구인을 진행하는 불안정한 근로보장 탓에 지원하길 꺼려지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농어촌 보건소들은 시니어 의사 1∼2명과 소수 간호사로는 통합돌봄의 시행 취지에 부응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북 군 단위 보건소 실무자는 “통합돌봄이 첫발을 떼면 사실상 보건소가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며 “찾아오는 환자들을 살피는 본래 업무에 더해 방문진료 뒤 지속적 모니터링까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현장 부담은 ↓ 실효성 갖춘 지원은 ↑”
통합돌봄을 수행할 재택의료센터도 문제다. 복지부는 지자체 내 확보 여부만 따질 뿐 여건이나 단기 목표가 제각각인 시·군·구에 어느 정도의 재택의료센터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지역별로 통합돌봄 수혜 대상자나 의사·간호사·복지사 등의 수요를 파악하지 못해 전담센터만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일부 지자체는 통합돌봄 시범사업 연장과 방문진료 수가 및 담당 구성원 처우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수도권 병원의 한 관계자는 “방문진료에 나설 의료진, 질병관리 및 기능재활을 진행할 간호사, 부정기적으로 수시 상담·방문할 사회복지사 등 실질적인 부담감은 지나치게 크다”며 “무엇보다 투자 비용과 추가적인 운영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현장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줄이고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은 31곳에 불과한 대구·경북지역 재택의료센터 현황을 놓고 “참여기관 33곳 중 공공기관은 단 5곳에 불과하다”며 “의료서비스와 요양·돌봄의 질을 담보하면서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당국 입장은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돌봄의 성공 여부는 인력 확충과 인프라 구축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국 시행 시점만 못 박을 게 아니라 지역별 인력 수급 계획과 공공의료 강화 대책, 농어촌 가산제 등 실효성을 갖춘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택의료센터의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제안도 상당하다. 복지사를 상시로 채용할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전문기관에서 파견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철원 인천시의사회 회장은 “도심은 일반적으로 의료기관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방문진료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병원들의 평소 내원 환자를 통합돌봄 범주에 넣고 가까운 요양시설과 유기적인 협조로 경영상 예고되는 문제를 해소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최근 공모를 통해 재택의료센터가 미설치 지역에도 확충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열린 공모에서 197개 기관이 신청했다”며 “11일 심의를 거친 뒤 13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