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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늪 석유화학 ‘구조조정 밀당’… 정부선 “신속 심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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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정부 동상이몽 속 귀추 주목

중국발 공급과잉 이후 침체 지속
2025년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 적자
고부가 제품 확대·인력조정 관건

롯데·HD현대 ‘대산 1호’ 프로젝트
구조조정 첫 사례… 정부, 신중 심사
결과 따라 기업들 재편 빨라질 듯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 사태와 세계 경기 둔화로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2024년에 이어 지난해도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LG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이 나란히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는 제품 생산 축소와 생산설비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정부와 업체별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인 롯데케미칼은 9436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화솔루션은 영업손실 3533억원을 내며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화학사업을 맡는 케미컬 부문 부진의 영향이 컸다. LG화학은 영업이익 1조1809억원을 거둬 상황이 나아 보이지만, 이는 이차전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이 포함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을 제외하면 1652억원 적자로 전환된다. 마찬가지로 연간 흑자를 달성한 SK이노베이션도 화학 부문만 들여다보면 2365억원 손실을 냈다. 주요 석유화학기업 중 온전히 흑자를 기록한 곳은 금호석유화학뿐이다. 그마저도 2024년 대비 실적이 줄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0년 들어 중국 화학기업들이 생산설비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발생한 ‘공급과잉 사태’ 이후 쭉 침체에 빠졌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쏟아진 탓에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비롯한 주요 제품 가격이 급락했다. 일찌감치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꾼 일본과 달리,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활용한 일반 석유화학 제품에만 집중하던 한국은 공급과잉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도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압박했다. 여수·대산·울산의 석유화학 산업단지에 입주한 16개 기업은 지난해 12월 생산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인력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사업 재편안을 산업통상부에 제출했다. 이들 기업은 정부에 낸 재편안을 토대로 최종 사업재편계획서(최종안)를 낼 예정이다. 산업부와 공정위 등 정부 당국은 심의를 거쳐 계획서가 승인된 곳에 금융·세제감면·규제완화 등을 지원하게 된다.

 

문제는 정부와 업계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정부가 먼저 명확한 지원 규모를 알려주길 바란다. 얼마나 지원이 될지 알아야 정확한 구조조정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속히 최종안부터 제출하라고 다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최종안을 내고 승인을 신청한 사업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함께 추진 중인 ‘대산 1호 프로젝트(대산 1호)’뿐이다. 이마저도 승인이 나지 않고 여전히 검토 단계에 있다. 업계에서 ‘대산 1호가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자 산업부는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산 1호 프로젝트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대산 1호 승인만 통과하면 구조 개편절차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 내다본다. 심사 결과를 토대로 승인 조건과 지원 규모 등 구조 개편 유도를 위한 정부 기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 기준에 맞춰 최종안을 수정해 제출하면 되고, 정부는 대산 1호 사례를 참고해 심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대산 1호는 구조조정 첫 사례여서 정부가 신중을 다해 심사하느라 (절차가) 늦춰지는 것으로 안다”며 “첫 구조조정 사례가 나오면 다른 기업들의 최종안 제출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