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방산업체를 비롯한 민·관이 중동 최대 규모 방위산업 전시회 ‘월드 디펜스 쇼 2026’(WDS 2026)에 총출동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방위산업청이 주관하는 WDS 2026은 약 790억 달러(110조원) 규모의 사우디 방산 시장에 진출할 시험대로서 K방산의 ‘수출 2막’ 키를 쥔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방산기업 39곳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개막한 WDS 2026에 원팀으로 참가했다. 한화의 방산 3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과 현대로템·현대위아·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대기업들은 WDS 제3전시장에서 최첨단 제품을 전시하며 기술력을 자랑했고, 중견·중소기업들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함께 마련한 통합한국관에 홍보 부스를 차렸다.
이들 기업은 사우디에 제안 중인 주요 무기체계 모형을 전시했다. 한화 방산 3사는 K방산의 대표주자 격인 K9A1 자주포 실물 크기 모형을 배치했고, 드론·로켓 등 다변화된 저고도 위협에 대응하는 지상무기의 ‘눈’ 역할을 하는 다목적레이다(MMR)도 처음 공개했다.
현대위아는 기존 105㎜ 곡사포를 소형 전술 차량에 탑재한 ‘경량화 105㎜ 자주포’ 등 차량형 화력 체계를 실물로 선보였다. 적 드론을 식별해 사격하는 전술 차량 기반의 미래형 무기체계 ‘차량탑재형 대드론 통합방어 체계’(ADS)도 함께 전시했다. 현대로템도 이번 전시회에서 드론 방어 체계(C-UAS)를 접목한 다목적 무인차량(HR-셰르파)을 처음 공개했다.
정부도 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WDS 2026을 직접 참관한 뒤 사우디 공군사령관 등 군 수뇌부와 고위급 소통을 이어간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도 12일까지 사우디에서 에어쇼를 선보이는데, 한국 공군이 중동 지역 방위산업 전시회에 공식 참가한 것은 처음이다.
민관이 힘을 합해 사우디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규모의 시장일 뿐 아니라, 사우디 관문을 통과하면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의 문을 여는 분기점이 될 수 있어서다. 사우디는 탈석유를 위한 국가 전략인 ‘비전 2030’을 방산 분야로 확장하며 국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아울러 단순한 무기 수입을 넘어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과 MRO(유지·보수·정비) 역량 이전을 요구하며 현지 생태계 구축을 함께하는 파트너사를 선별하는 중이다. 그만큼 수주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초기 물량 확보와 함께 MRO로 이어지는 장기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