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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찾아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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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에 35만원·편지 전달
누적 기부 550만1980원 달해

‘스무 번째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감사합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편지와 현금. 전주시 제공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편지와 현금. 전주시 제공

지난 5일 오전 전북 전주시 우아2동주민센터의 평범한 하루는 한 남성이 남기고 간 작은 봉투로 잠시 멈춰 섰다. 일과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10시쯤 한 중년 남성이 민원 창구를 찾아 “이웃돕기 담당자에게 전해달라”며 편지봉투를 건넨 뒤 더 묻기도 전에 발길을 돌렸다. 이름도, 연락처도 없는 봉투 안에는 현금 35만원과 이런 내용의 짧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반듯한 글씨에는 화려한 사연도, 자신을 드러내는 말도 없었지만 편지 속 몇 줄의 글은 직원들의 마음을 오래 붙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편지 글처럼 이번 나눔은 스무 번째였다. 첫 기탁은 2024년 6월이었다. 익명의 남성은 그때도 같은 말만 남기고 조용히 사라졌다. 직원들은 서류봉투쯤으로 여기고 받아뒀다가, 뒤늦게 현금과 편지를 발견하곤 했다. 이후 매월 한 차례꼴로 이어진 나눔은 30만원 안팎, 방식도 한결 같았다. 그렇게 쌓인 기부액만 550만1980원이다. 금액보다 더 크게 남은 건 ‘꾸준함’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동안 묵묵히 이어진 스무 번의 발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