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총선 출마 준비 과정에서 선거 차량 대납비를 받은 혐의에 대해 9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공천 청탁을 대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고가 그림을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이날 김 전 부장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41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 위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구속 상태였던 김 전 부장검사는 이날 석방 절차를 밟게 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23년 제22대 총선 출마 준비 과정에서 정치활동을 위해 사업가 김모씨에게 4139만원 상당의 카니발 승합차의 리스 선납금과 보험료를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됐다. 김건희씨에게 공직 인사와 선거 공천 등을 청탁하며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제공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김건희씨에게 그림을 전달·교부했다는 직·간접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그림이 김건희씨에게까지 전달되지 않고 오빠 진우씨가 계속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김 전 부장검사의 계좌 내역을 보면 그림 구매 대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어 보이지만, 진우씨는 현금으로 마련할 여력이 있어 보인다며 “구매 대금을 진우씨가 부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김 전 부장검사의 자금 출처를 확인할 만한 그의 가족에 대한 계좌거래 내역, 진우씨 외 제3자가 존재하는지 가능성 등에 대해 특검에서 조사된 내역이 전혀 없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특검은 피고인이 자신의 비용부담으로 그림을 취득하고 그림이 김씨에게 제공된 점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직무 관련성 또는 그림의 진품 여부와 무관하게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부장검사가 선거용 차량 등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됐다. 이 사건 수사가 특검팀의 수사 범위에서 벗어났다는 김 전 부장검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설명하며 “이 사건으로 취득한 실질 이득과 무관하게 죄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14년간 검사로 재직한 법률 전문가”라며 “행위의 법적 의미에 관해 누구보다 잘 인식할 수 있는 입장이었는데도 제3자에게 적극 기부를 요청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무상대여’라는 김 전 부장검사의 인식이 유죄로 인정되는 실제 내용과 액수에 차이가 있고, 김 전 부장검사가 인식하던 대납 금액 3500만원은 반환해 전액이 추징되는 상황”이라면서 “초범이고 공직자로서 상당 기간 성실히 봉직해 온 점, 구속 기소 이후 구금 생활을 한 정상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과 김 전 부장검사 측은 모두 항소 방침을 밝혔다. 김영훈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특검 측에서 확증을 갖고 수사를 몰고 가지 않았나 싶다”며 “피고인과 논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특검팀도 “관련 법리 및 증거에 비춰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