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권 보호 문제와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공개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충남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이 시의원들의 과도한 자료요구와 고압적 언행을 ‘갑질’로 규정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자 천안시의회가 “입법부의 견제·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천안시의회 의장 직무대리인 류제국 부의장은 9일 입장문을 통해 “지방의회 의원의 자료요구와 질의, 행정사무감사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입법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행정부 소속 조직이 이를 인식조사나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류 직무대리는 “의정활동을 행정 효율성이나 인권 침해 가능성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의회의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천안시청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무기명 방식의 ‘천안시의회 자료요구·질의 방식에 대한 행정현장 인식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해당 조사는 온라인 무기명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조합원 2475명 중 936명이 참여했다.
노조 측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일부 시의원들의 반복적인 자료요구와 비합리적인 제출 기한 설정, 고압적 언행으로 인해 행정 현장에 상당한 부담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특정 정당 소속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 의원의 언행으로 인해 업무 의욕 저하, 의회 관련 업무 회피, 스트레스와 불안, 수면 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정당하지만, 그 과정이 행정 현장에 과도한 부담이나 인권 침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상호 존중에 기반한 의정활동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시의원 실명 공개와 인권 침해 주장에 시의회 측은 발끈했다. 류 직무대리는 “조사 대상과 응답률, 방법론적 한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의 정당한 의정활동 전반이 문제인 것처럼 해석돼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방선거와 정당 공천 심사를 앞둔 시점에 조사 결과가 외부에 공개된 점을 언급하며 “자칫 행정부 소속 공무원 조직이 정치적 과정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일부 시의원의 일탈 여부를 넘어 지방의회의 자료요구 권한과 공무원의 노동·인권 보호 사이의 제도적 경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천안시청공무원노조가 설문조사를 통해 의원들의 자료요구와 질의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조는 2024년 2월에도 비슷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의회와 집행부 모두 상호 존중을 강조하고 있지만, 갈등이 공개 충돌로 표면화하면서 향후 자료요구 기준과 절차, 비공식 접촉 방식 등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