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단속을 비판한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 헌터 헤스를 “패배자”라고 비난하자 미국 대표단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의 발언권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인 부모를 둔 이민자 2세이자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클로이 킴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 관련 질문을 받자 “우리 부모님도 한국에서 오신 이민자이기에 이번 일은 확실히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단합하고 서로를 위해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나와 가족에게 준 기회에 감사하며,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동시에 우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미국 내 이민자 단속 정책에 대한 헤스의 소신 발언에서 시작됐다. 최근 미네소타에서 시위자 2명이 사망하는 등 이민자 단속 강화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자 헤스는 “성조기를 달고 뛴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헤스를 “진짜 패배자”(Real Loser)라고 지칭하며 “올림픽에서 그를 응원하기 힘들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 동료들도 잇따라 의견을 냈다. 매디 마스트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외면할 수 없다”며 “자비와 연민이라는 가치 아래 미국을 대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아 킴도 “다양성이야말로 미국의 힘”이라며 서로 다른 배경의 선수들이 같은 무대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 국적을 선택해 숱한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구아이링(프리스타일 스키)도 헤스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건넸다. 구아이링은 “이미 십자포화를 맞아본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안타깝다”며 “헤스가 겪고 있는 상황은 ‘이길 수 없는 언론 전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점은 정치가 아니라 스키에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선수 안전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미국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게시한 뒤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밝힌 거스 켄워디 사례까지 더해지며, 미국 선수단 내에서는 온라인 공격과 정치적 압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안드레아 프라시치 최고운영책임자는 "모든 사안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다만 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상황은 안정적이고, 선수촌 분위기도 평온하다. 별도의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