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순천만 습지에서 새 한 마리를 만났다. 작은 덩치(30㎝ 정도)에 얼굴은 하얗고, 귀 뒤쪽에 검은 반점이 찍혀 있는, 마치 붉은색 긴 부츠를 신은 듯한 발과 다리, 부리는 새카만, 무척 귀엽고 앙증맞은 새. 너는 이름이 뭐니? 하고 물으니 ‘검은머리갈매기’라고 대답한다. 머리가 하얀데 왜 이름에 ‘검은머리’가 붙었지? 물으니, 아, 우린 여름 철새로, 번식기엔 머리가 검은색으로 변하고, 번식기가 끝난 월동기엔 귀 뒤쪽에 검은 반점이 찍힌 흰 얼굴로 변해. 그게 우리의 가장 큰 특징이야. 희귀종인 셈이지. 겨울엔 순천만 습지 근처나 남해안에서 월동기를 보내고 번식기엔 인천 영종도나 송도, 서해안 쪽으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사랑도 나누고, 새끼도 낳고, 새끼들을 길러. 더 쉽게 말하면 칠면초와 염습지 등이 잘 보존된 강 하구나 질 좋은 갯벌이 우리가 원하는 최적의 서식지야. 아, 네가 그 유명한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에 나온 그 새구나. 마른 땅에 칠면초 줄기로 쟁반 모양의 둥지를 지어 그곳에 알을 낳고, 부지런히 갯벌을 오가며 새끼가 나오길 기다리던 조그맣고 예쁜 새. 둥지를 떠나 마실 나간 갈색 얼룩무늬 털 뭉치같이 귀여운 새끼들을 애타게 찾아다니던. 맞아, 맞아. 우리가 그 검은머리갈매기야. 영화 속에선 네 얼굴이 새카맸는데 이렇게 흰 얼굴로 나타나니 못 알아봤잖아. 번식기가 끝나면 얼굴색이 변하는 것도 참 신기하다야. 그래서 이름에 ‘검은머리’가 붙었구나. 아무튼, 반가워. 그 영화 속 도요새들의 군무! 정말 잊지 못할 명장면이었어.
우리도 도요목 갈매기과의 여름 철새야. 며칠 전 신문을 보니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우리를 ‘2월의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선정했다는 기사가 떴더군. 그만큼 우리도 소중한 새야. 그래도 우리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보호해 주고 있으니, 사람들이 우리를 함부로 대하진 않을 테니, 천만다행이야. 우린 이 나라, 한국 갯벌을 정말 사랑하거든. 전 세계 2만여 마리밖에 안 되는 우리가 4~6월만 되면 이 나라를 찾는 것도 그 때문이야. 그러니 우리를 잘 보호해 줘야 해. 예전 새만금 갯벌은 우리들의 천국이었지. 그때가 정말 그리워. 그래도 치열하게 갯벌을 지키려 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2021년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됨과 동시에 ‘세계 5대 갯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얼마나 좋은지 몰라. 게다가 이 주변에 국가해양생태공원이 조성된다니 우리로선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어. 그럼 한국 땅을 좋아하는 다양한 철새들이 이곳으로 왕창 모일 거야. 그러면 한국의 하늘 아래 온갖 새들의 군무가 불꽃놀이처럼 펼쳐질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순천만 습지 위로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 군무가 황홀하게 펼쳐졌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저 눈물겹게 신비하고 뭉클한 자연의 경이! 이 놀라운 아름다움을 나 혼자 보는 게 너무나 아깝고 아까운!
김상미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