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미 경제를 사실상 지탱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방글라데시에서 수입하는 의류 제품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등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활황세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이 같은 혜택을 추진 중이다.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해당 방안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대미 투자 약속과 연계돼 있으며, 아직 계획은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FT는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TSMC는 다음에 부과되는 관세부터 면제분을 미국 내 고객사들에 할당하고, 고객사들은 이를 통해 반도체를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세 면제분은 TSMC의 투자 규모와 연계돼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날수록 증가한다. 앞서 미국이 대만의 2500억달러(약 364조원) 반도체 투자 계획의 대가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맺은 양국 합의에 따라 TSMC를 포함한 대만의 기업들은 계획된 미국 내 생산 규모에 비례해 관세를 면제받는다.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TSMC가 생산하는 수입 AI 칩에 의존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FT는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대만처럼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관세 유무로 인한 가격 차로 빅테크 고객 이탈 위험도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한창 미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AI 열풍’을 연말까지 이어가기 위해 이 같은 혜택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문제가 정체 상태에 빠지고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이민단속국(ICE)에 의한 시민 총격 사망사건 여파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방글라데시의 수입 의류 제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 일환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방글라데시와 상호관세율을 기존 20%에서 19%로 인하하는 무역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합의 중 의류 등 특정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방글라데시는 미 서민들이 이용하는 의류의 주요 수입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