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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론화 전면 재설계” 외친 기후소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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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기간 늘리고 미래세대 참여 적극 보장해야”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기후헌법소원 소송단과 대리인단이 11일 국회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 절차를 전면 재설계하라고 촉구했다. 숙의기간을 늘리고 기후위기 당사자·미래세대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란 것이다.

 

청소년·시민·아기 기후소송단과 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11시쯤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공론화가 졸속으로 진행될 우려가 크다며 의제 설정·참여 구성·자료 검증·숙의기간·운영 원칙을 헌재 결정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헌법소원 소송단과 대리인단이 1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 절차를 전면 재설계하라고 촉구했다.
기후헌법소원 소송단과 대리인단이 1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 절차를 전면 재설계하라고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29일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30년 이후 2050년까지 장기 감축경로를 법률로 규정하지 않은 게 미래세대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결정으로 국회 기후특별위원회가 최근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2031∼2049년 감축경로 공론화에 착수한 상태다.

 

소송단과 대리인단은 이에 대해 공론화가 2개월 내외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데다 자문단 구성 역시 감축 기술 중심이거나 산업계 이해에 편향된 인사가 다수 포함돼 ‘제대로 된 숙의’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 한제아양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지만 기후위기 심각성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세대”라며 “지금 결정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까지 바꾸는 문제인 만큼 공론화 과정에서 미래세대 목소리가 배제돼선 안 된다”고 했다.

 

시민 기후소송 청구인을 대표한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기후위기가 ‘헌법적 권리’의 문제이며 그 권리 주체로 후발세대를 분명히 한 전환전 선언”이라며 “국회 공론화는 이같은 현재 판결의 의미와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시간이 돼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활동가는 “지금 국회가 하는 공론화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며 “국회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만 하면서, 또 다시 뒤로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기후소송 대리인단 플랜 1.5 최창민 변호사는 “1.5도 목표 부합도가 20%에 불과한 2035 NDC를 설정한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번 국회 공론화는 이미 확고히 정립된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국가 간, 세대 간에 공정한 장기감축경로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의제, 일정, 자료 등을 충실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소송단과 대리인단은 구체적으로 충분한 숙의 기간 확보, 헌재 결정의 틀 안에서 의제 설정, 기후위기 당사자·미래세대 참여의 실질적 보장, 공론화 자료집·기초자료 제작 과정의 투명한 공개 및 독립적 검증 절차 마련, 공론화 이후 국회의 책임 있는 입법 이행 등을 요구했다. 

 

이달 3일 출범한 국회 기후특위 산하 공론화위는 지난 10일 2차 회의를 열고 전체 추진 일정과 시민대표단·의제숙의단 구성 방안을 논의했다. 

 

시민대표단은 시민 300명과 미래세대 시민대표단 40명으로, 의제숙의단은 자문단과 부문별·세대별 추천인 등을 포함해 총 40명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다. 본회의는 3월28일부터 총 4차례 KBS 방송을 통해 진행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의 개정 문제와 관련, "개정이 적기에 이뤄지도록 3월까지는 공론화 절차를 마무리하고 법 개정까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