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뇌 썩음’은 주로 질 낮은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해 정신적, 지적 상태가 악화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단어의 사용 빈도는 1년 동안 약 230% 증가했다고 한다.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 단어의 유행은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증상”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호주에서 광고모델로 활동하던 돌리 에버렛은 만 14세 때인 2018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모욕적 메시지, 헛소문 유포 등 SNS를 통한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16세 미만 SNS 가입을 금지하고, SNS에 악의적인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사용자를 처벌하는 ‘돌리법’이 지난해 12월 제정됐다. 이를 어기는 SNS 플랫폼에는 최대 485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 법이 완벽하진 않지만, 이게 옳다는 건 안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 SNS 규제에 칼을 속속 빼들고 있다. 그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전문가들이 SNS가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해롭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15세 미만 SNS 금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지난달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이달 중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 법안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나라가 영국·스페인·튀르키예 등 40여 개국에 달한다.
한국도 지난해 아동·청소년 성 착취 피해 1187건 중 960건이 채팅 앱과 SNS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심각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청소년 2명 중 1명(47.7%)이 SNS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SNS를 끊고 싶어도 학교, 학원, 친구 관계가 SNS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혼자만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관련 정책이나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은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