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키우는 데 경북이 1등이에요.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녀요.”
경북 예천군에 사는 김지민(37)씨는 요즘만큼 경북에 사는 게 만족스러운 적은 없다고 했다. 8년 전 결혼해 대구에서 예천 신도시로 터전을 옮긴 김씨는 최근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남편이 외벌이인 탓에 형편이 넉넉지는 않았다. 아이를 가져도 걱정이 앞선 이유다. 그러나 김씨는 막상 아이를 가지고 보니 임신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제로(0)’에 가깝다고 했다. 경북도의 통 큰 저출산 지원정책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35세 이상 산모는 보통 니프티(비침습적 산전 검사) 검사를 필수적으로 하는데 대구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 70만원가량의 돈을 내야 하지만 도에서 50만원을 지원해 줘 부담을 줄였다”고 말했다. 또한 “도에서 임산부라면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에 무료 가족여행도 보내줘 요즘 부담 없이 태교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경북도는 인구 문제는 국가와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일로 보고 3년 전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실제로 도의 저출생 정책은 ‘피부에 와 닿는 지원책’이 수두룩하다. 청년 만남 주선부터 임신은 물론 종합 육아 지원까지, 120대 과제에 올해만 총 4000억원 규모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투입한다. ‘저출생 문제에 더는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도는 정부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민이 체감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가 168만원?
12일 도에 따르면 주민 체감형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천국 육아친화 온종일 완전돌봄을 위한 인프라를 곳곳에 조성하고 있다.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 중 하나는 바로 공공산후조리원이다. 모자동실 12실을 갖춘 김천공공산후조리원이 가장 인기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일반적인 민간 산후조리원은 2주 이용료가 대체로 280만~350만원 수준인 데 비해 김천 공공산후조리원은 168만원이다. 이 때문에 2개월 전에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예약은 사이트를 오픈하면 1~2분 만에 마감된다. 산모를 위한 마사지와 영양가 높은 식단 역시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울진·상주·김천에 이어 예천·안동·의성 공공산후조리원도 차례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도는 35세 이상 산모를 대상으로 한 니프티 검사도 지원해 준다. 35세 이상 임산부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 빈도가 높아 대부분 의료 선진국에서는 기형아 선별검사인 니프티를 권고받는다. 도는 산모의 부담을 덜고자 니프티 시술비를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은 서울과 경북뿐이다.
임신하거나 준비 중인 부부를 위한 지원책도 풍성하다. 예비·초보 엄마·아빠 행복 가족 여행(674명)과 임신사전 가임력 검사(1만1196명), 신생아 집중치료(235명)가 대표적이다. 난임부부 시술비(9332명)와 출산축하박스(9579명), 산모·신생아 건강관리(8558건), 콜택시 이용(5만7279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산후우울증?… 갓난쟁이도 맡아줘
자칫 산후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산모가 갓난쟁이를 맡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경북형 돌봄 모델인 ‘0세 특화반’이다. 아파트 1층에 들어선 0세 특화반은 생후 60일부터 1세 아기와 부모를 위한 육아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부모는 짧더라도 회복 시간을 확보하고 영아는 익숙한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K보듬 6000’은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아파트 1층이나 마을회관 등 생활권 내 돌봄 시설을 활용해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평일·주말·공휴일 구분 없이 무료 돌봄을 제공한다. 사업 시작 첫해인 2024년 7~12월 이용자는 2만2700명에 그쳤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누적 사용자가 15만229명으로 급증했다.
‘아픈 아이 긴급돌봄’에 대한 부모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4세에서 초등생을 가진 맞벌이 가구의 아픈 아이를 병원까지 데리고 가 진료한 후 다시 학교나 유치원·어린이집 또는 집으로 데려다주는 서비스인데 무료다.
부모들이 야간과 휴일에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24시간제 보육’ 서비스도 3만6967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도는 저출생 성금 10억원을 투입해 어린이집에 돌봄 로봇 100여대를 보급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향후 국비 공모 등을 통해 대형 국책 사업화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가 청년들 커플 매니저까지 자처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젊은 층의 인식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가운데 도는 청년의 ‘결혼 정보회사’를 자처한다. 실제로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사업별 매칭률을 보면 청춘동아리 44%, 솔로 마을 59%, 칠월칠석 견우직녀 만남의 날이 38%를 기록해 총 70쌍(140명)이 인연을 맺었다. 신혼부부를 위해선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20대 결혼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563가구에 혼수비용을 지원해 결혼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청년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210건)과 청년 신혼부부 월세 지원(130건), 양육친화형 공공임대주택(726건), 지역밀착형 공공임대주택(700건)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저출생 극복은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급박한 과제”라면서 “저출생 문제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경북에 맞는 극복 전략을 마련하고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채워 주민 만족도와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치헌 경북도 저출생극복본부장 “청년 지방 정착 위해선 국가 차원 투자 필요”
“국가적 어젠다인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고자 경북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이치헌(사진) 경북도 저출생극복본부장은 “저출생은 더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 원인인 지역 간 격차가 해소돼야만 해결할 수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해 대한민국 어디에 태어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2일 기자와 얼굴을 맞댄 이 본부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선행돼야 할 점이 뭐냐’는 물음에 “체감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저출생 정책은 결국 주민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이 달라졌는가로 평가받는다”며 “주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 체감도 높은 사업 발굴과 운영을 위해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도는 올해 저출생 정책 과제 수를 150개에서 120개로 줄이고 예산은 늘리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저출생과의 전쟁 3년 차를 맞아 단순한 양적 확대보다는 정책의 질적인 성과와 함께 체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본부장은 “주민 체감도가 낮은 과제를 과감히 정리하고 출산·돌봄·주거·일생활균형 등 생애주기 핵심 영역에 예산을 집중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과제 수는 줄었지만 예산은 36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려 체감도 높은 정책 강화로 방향 전환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가 추진하고 있는 저출생 사업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더 큰 과실을 맺기 위해선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이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저출생 열쇠를 쥐고 있는 청년이 지역에 정착해서 결혼과 출산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이는 대규모 예산 수반이 불가피하다”며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가 장기간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돌리려면 국가가 나서서 지방에 큰 투자를 일으킬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저출생 문제를 포함한 난제를 해결하고자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본부장은 슬하에 딸 셋에 아들 하나를 둔 4남매의 아버지다. 그는 다자녀가정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양육의 어려움보다는 돌아오는 행복이 곱절 이상 크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다 보니 서로 챙기며 배려하기도 하고 어른들에게 공손하게 행동할 줄도 안다. 언젠가부터는 다 같이 기념일도 챙겨줘 4남매는 부담이 아닌 인생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