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탕 시장을 오랜 기간 나눠 가진 3개 기업이 담합을 되풀이하다 결국 4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대해 재발 방지와 준법 체계 강화 조치를 추진해 신속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CJ제일제당은 1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설탕 담합 관련 의결 발표 직후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은 “고객과 소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설탕 제조 기업들의 이익단체 성격인 대한제당협회에서 탈퇴한다. 제당협회는 회원사들의 대외 소통 창구와 원재료 구매 시 지원 등의 역할을 맡고 있으나, 설탕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타사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CJ제일제당은 제당협회에서 탈퇴함과 동시에 임직원이 타 설탕 기업과 접촉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내부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새로운 가격 결정 프로세스도 도입한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원가 등에 연동해 가격을 정하는 ‘판가 결정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기업간의 눈치보기나 개별 협의 없이 투명하게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회사 차원의 준법경영위원회 역할과 활동도 강화한다. 위원회에 외부 위원을 참여케 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자진신고 제도를 도입해 임직원의 경쟁사 접촉을 차단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삼양사도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일부 B2B 영업 관행과 내부 관리 체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양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아래와 같이 재발 방지와 준법 체계 강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회사 윤리경영 원칙과 실천지침을 개정해 공정거래법 준수 의무를 명확히하고 가격·물량 협의 금지, 담합 제안 시 즉시 신고하도록 하는 담합행위 금지 조항을 새롭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사는 또 “전 사업부문의 영업 관행과 거래 프로세스를 전수 조사해,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식별하고 즉시 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전사 대상으로 담합 방지 특별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온오프라인으로 실시했고, 향후에도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영사 관계자는 “앞으로 회사는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시장 질서 확립과 이해관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3사가 사업자 간(B2B) 거래에서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확인돼 합계 4083억13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제당3사는 2021년 2월~2025년 4월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해 실행에 옮겼으며,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 제당3사는 설탕 원료 가격이 오르면 원가 상승분을 빨리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해 실행했으며, 가격 인상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식품·음료 기업 등)를 공동으로 압박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반대로 국제 원당 가격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그 시기를 지연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제당3사는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했으며 거래처별로 점유율이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하고 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당 평균 과징금은 1361억원으로 공정위의 담합 제재 사상 최대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원, 삼양사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