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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 체계 뿌리째 흔들 ‘4심제’, 與 강행 처리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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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법사위는 '4심제, 대법관 증원' 등에 대한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6.02.11.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법사위는 '4심제, 대법관 증원' 등에 대한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6.02.11. suncho21@newsis.com

더불어민주당이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안(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그제 법사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3대 사법개혁’ 법안(4심제·대법관 증원·법왜곡죄)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여당은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야당은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반발한다. 사법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법안을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재판소원 제도는 확정된 법원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경우’ 헌재에 소원 청구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법조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위헌적이란 견해가 대부분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어제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며 “공론화로 충분히 숙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았던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도 “국민에게는 사건 처리 지연과 소송 비용 증가를, 헌재에는 업무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하지 않나. 이뿐 아니다. 여당 친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촉구’ 모임을 결성하고 어제 기자회견까지 가졌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정치가 사법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나.

대법관 증원과 법왜곡죄 도입도 마찬가지다. 대법관 증원은 늘어나는 대법관 전부가 이재명정부 임기 내에 임명돼 ‘자기 사람 채우기’로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작지 않다.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금의 대법원 구성을 완전히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의 재판·수사 과정의 판단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위축시킬 것이 뻔하다. 오죽하면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문명국의 수치이고, 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지적했겠나.

사법 시스템은 국가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여당이 ‘사법 장악 3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들을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처리한다면 민주·법치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시간이 걸려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사법부 의견을 반영하는 게 순리다.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다간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여당은 위헌적이고 무리한 입법을 그만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