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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국가 질서 큰 축 이루는 문제” 공청회 거듭 요청 [법사위 강행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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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법·대법관 증원 반대

“4심제, 사법체제 흔드는 중대사안”
학계도 “소송남용·사법 독립 침해”
정적숙청·코드인사에 악용 우려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출근길에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이 문제는 헌법과 우리 국가 질서에 큰 축을 이루는 문제”라며 공론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은 여당 주도로 진행되는 법안들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헌법과 ‘3심제’를 채택한 우리 사법체계를 뒤바꾸는 재판소원법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와 전체회의 문턱을 넘는 데까지는 불과 2시간3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법원은 소위에서 “이 문제는 국민의 권리 의무에 중차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공론의 장에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관계자들조차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들 법안의 도입 여부는 “결과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재판소원 도입 문제를 ‘최고법원 위상을 둘러싼 대법원과 헌재 간 권한 다툼’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에 선을 긋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헌재 설립 때 조건으로 붙인 게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그건 타협의 산물이고 국민 권익 옹호의 관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한 독일에서도 실제 재판소원 인용률은 1% 초반대에 머물며 감소 추세라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결국 남소(濫訴)로 흘러 헌법소원 심판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맡았던 김학성 강원대 명예교수는 “독일 사례를 들어 재판소원 도입을 주장하는데, 독일에서도 재판소원 제도는 ‘축복받은 제도이지만 저주의 제도’로 평가받는다. 승소율이 저조한데, 국민들은 거기에 매달리게 되니 이런 제도를 왜 유지하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 단체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재판소원 제도가 담긴 헌법재판소법 개정 강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우회적으로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소송비용만 과다하게 지출케 하는 희망고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경제적 강자에게 유리한 구조’,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12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에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에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 법안은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제외 시 13명인 현 대법관 숫자를 26명으로 정확히 2배 확대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을 바꾸기 위해 대법관 수를 늘리는 ‘코트 패킹(Court-packing)’ 시도는 3년 전 미국에서도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연방 대법원이 보수적 판결을 내놓자 종신직인 연방대법관 임기를 제한하고, 9명인 연방대법관 숫자를 13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내부와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좌초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법원을 확장하는 노력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영원히 정치화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다수 구도를 코드 인사를 통해 바꾸는 사실상 재판부 조작에 가까운 것이어서 사법부 독립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면서 “결국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 각종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노골적인 코드 인사를 위한 것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왜곡죄 도입에 대해서도 “정적 숙청 수단으로서 권력자가 자기 죄를 덮는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환 교수는 “법왜곡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여야 대표 같은 사람에게 유죄 판결하는 판사들이 법왜곡죄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