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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 사면 손해일 것 같은데”…다주택자 압박에 서울 매수심리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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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다주택자 압박 이후 서울 매물 8000건↑
강남서 매물 나오지만 가격 낮추는 분위기는 아냐
관계자 “강남보다 외곽 위주로 실수요 유입 나타날 것”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 메시지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8000건 넘게 급증했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매물 출회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수심리는 강남·비강남을 막론하고 후퇴하고 있다.

 

13일 부동산정보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745건으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은 1월 하순(26일 기준·5만5695건)과 비교하면 8050건 늘어난 것이다. 전날 12일(6만2357건)과 비교해도 하루 만에 1388건 증가했다.   

12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매 물건과 상담환영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12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매 물건과 상담환영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매물 증가는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보완책을 내놓은 시점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전날 소득세법·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5월 9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기존 조정대상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 지난해 신규 지정 지역(그 외 지역)은 6개월 내 잔금·등기를 마치면 중과를 적용하지 않는다.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하되 무주택자 매수인에 한해 적용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6·3 지방선거 이후 예정된 세제개편을 앞두고 시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신호로 해석한다. 양도세 중과는 부활시키되 거래 경색을 막기 위한 ‘완충 장치’를 뒀다는 평가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줬지만 매수 심리는 오히려 둔화하는 모습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서울 강남권 매수우위지수는 81.8로 집계됐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매수세가, 100 미만이면 매도세가 우위인 상황을 뜻한다. 1월 26일 95.2에서 2주 만에 1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매도세는 29.7에서 36.2로 상승한 반면 매수세는 24.9에서 18.0로 떨어졌다. 강북권도 1월 말 103.9에서 89.2로 하락하며 100선 아래로 내려왔다. 매수세는 30.8에서 20.5로 급감했고, 매도세는 31.3로 반등했다. 매물 증가와 달리 매수세는 뚜렷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1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1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강남권 현장에서는 기대와 관망이 교차한다. 세계일보가 만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전세 만기가 몰린 집주인들도 매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가격을 낮춰서라도 서둘러 처분하겠다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포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나 매도자나 계속 바뀌는 정책 때문에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손해 보는 구조’라는 인식이 강해 관망 심리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매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압구정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급매가 나오더라도 가격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거둬들이는 경우도 많다”며 “거주자 특성상 개포나 반포와 같이 정책 변동성에 쉽게 흔들리는 지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비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 지역 중개업소들은 “매물은 늘었지만 체감 거래는 많지 않다”며 “세제보다 대출 한도와 금리가 더 큰 변수”라고 전했다. 관악·구로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중저가 매물 위주로 문의는 이어지지만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급매 안내문. 신진영 기자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급매 안내문. 신진영 기자 

시장 반응이 제한적인 배경으로는 규제의 중첩 구조가 꼽힌다. 서울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겹쳐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가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전입 의무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매도 압력은 커졌지만 매수자는 자금 조달과 실거주 요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구조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엑스에 “투자·투기 목적의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문제를 거론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다주택 보유에 대한 정책 압박이 세금에서 금융 영역으로 확대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중과 부활 시점이 명확해지면서 세 낀 매물을 정리하려는 다주택자의 매도 판단은 늘 수 있다”며 “7월 예정된 보유세 개편 등 세제 변화까지 감안하면 차익 실현이나 고령 보유자 중심으로 매물이 추가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강남이나 한강변은 매입 부담이 커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이나 중저가·역세권 매물 위주로 실수요 유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설 이후 집주인들의 매도 판단은 늘겠지만 가격을 받아줄 수요가 관건”이라며 “정부가 시간은 줬다는 메시지를 던진 만큼 매물은 나오겠지만 거래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