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치러진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이 이끈 연합 정당이 승리했다. 의원내각제인 방글라데시의 차기 총리에는 BNP 총재 대행인 타리크 라흐만(60)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총리의 아들이었다가 10년 넘게 고국을 떠났다가 돌아온 라흐만 총재 대행의 일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BNP는 300석 가운데 200석 넘게 확보했다.
이번 선거는 2024년 ‘학생혁명’ 또는 ‘몬순혁명’으로 불린 반정부 대학생 시위로 20년 가까이 집권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물러난 뒤 새 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전국에서 치러지는 것이다. 하시나 전 총리는 시위를 강경하게 유혈진압 했다가 역풍으로 사임하고 인도로 망명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보고서를 통해 2024년에 3주 동안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대 14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차기 총리가 될 라흐만 총재 대행은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라흐만 총재 대행은 한때 대통령, 총리의 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지아우르 라흐만 전 대통령이었다. 라흐만 전 대통령이 BNP를 창당했다. 1977년 취임한 라흐만 전 대통령은 라흐만 총재 대행이 15살 때인 1981년 군사 쿠데타를 시도한 군 장교에 암살됐다.
이후 어머니 칼레다 지아가 정치 일선에 나섰다. 군부 통치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다. 국민적 저항과 국제사회의 압력 끝에 1991년 독재 정권이 물러났고, 이듬해 치러진 방글라데시 자유선거에서 지아 대표가 이끈 BNP가 승리했다. 지아 BNP 대표는 내각책임제로 헌법을 고쳐 총리가 됐다. 방글라데시 첫 여성 총리였다.
1996년 하시나 전 총리에 정권을 내준 뒤 2001년 선거에서 다시 총리가 된 지아 전 총리는 2007년 또다시 방글라데시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가택연금된다. 2008년 군부 과도 정부가 해산했지만 지아 전 총리는 다시 집권하지 못했다. 2009년 이후 2024년까지 하시나 전 총리가 방글라데시를 통치했다.
라흐만 총재 대행은 2007년 3월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다음해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신병 치료를 이유로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는 17년이 걸렸다.
영국에 있는 와중에도 방글라데시에서 진행된 5차례 궐석재판에서 재판부는 라흐만 총재 대행에 유죄를 선고했다. 하시나 전 총리 퇴진 후 모든 혐의를 벗었다.
라흐만 총재 대행은 지난해 12월 25일 귀국한 뒤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아 전 총리는 아들이 귀국하고 닷새 뒤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아 전 총리는 2018년 횡령 혐의로 수감됐다 하시나 몰락 이후 석방됐다. 말기 간경변, 관절염, 당뇨병, 심장 질환 등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차기 총리 앞에 놓인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방글라데시 청년(15~24세) 실업률은 11∼13% 빈곤율은 20∼30% 수준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으로 실질 소득도 잠식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 지아 전 총리와 오랜 기간 집권한 하시나 전 총리의 유산이다. 또한 BNP 재집권 자체가 민주화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새로운 세력이 아닌 라흐만 전 대통령과 지아 전 총리로부터 이어진 집권층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과 다르다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라흐만 총재 대행은 이날 공개된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복수는 아무것도 되돌려주지 못한다. 우리는 8월 5일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함께 협력하고 단결해야 한다”며 “모두를 하나로 묶고, 나라를 하나로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의 넋을 기려야 한다. 우리는 목숨을 잃은 분들께 매우, 매우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지난해 반정부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 그는 “젊은 기업가들이 디지털 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성을 강화하고, 은행 부문을 자유화하여 국제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또한 방글라데시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