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죽을 줄 몰랐다”며 남성 2명 연쇄 살해…20대女 ‘태연한 알리바이’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범행 후 “먼저 갈게” 메시지까지…약물 섞인 숙취해소제 건네며 남성들 유인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범행 직후 피해자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내는 등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조작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평온한 표정으로 숙박업소에 들어섰던 여성은 불과 2시간 만에 ‘죽음의 음료’를 남겨둔 채 홀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3일 뉴스1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피의자 김모(25) 씨는 지난 9일 오후 8시 29분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술집 거리를 피해 남성 A 씨와 함께 걸었다. 영상 속 두 사람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인근 숙박업소로 발길을 옮겼다.

 

입실 후 배달 음식을 주문한 김 씨는 약 2시간 뒤인 오후 10시 30분쯤 혼자 객실을 나왔다. 당시 김 씨의 손에는 배달 음식 쓰레기와 함께 A 씨에게 건넸던 숙취해소제 빈 병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범행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씨의 대범함은 다른 피해자 B 씨를 상대로 한 범행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B 씨에게 약물을 건넨 김 씨는 현장을 빠져나온 직후 SNS 메시지를 보냈다. “술에 너무 취해서 계속 잠만 자니까 나는 먼저 갈게”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거나 숨졌을 가능성이 큰 피해자에게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듯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이후 자신에게 쏠릴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피해자들의 체내에서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외에도 여러 종류의 정신과 약물이 고농도로 검출됐다. 김 씨는 집에서 미리 준비한 약물을 숙취해소제에 섞어 피해자들에게 건네는 치밀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알코올과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결합할 경우 중추신경계가 마비되어 심정지나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음주 상태였기에 약물이 들어갔을 때 더욱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카페 주차장이나 숙박업소에서 남성들과 의견 충돌이 있어 약물을 섞었다”고 진술하면서도 “죽을 줄은 몰랐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달 사이 3명에게 약물을 건네 2명을 숨지게 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단순한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전날 구속된 김 씨를 상대로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 동기를 정밀 분석 중이다. 특히 김 씨의 냉담한 범행 후 행동에 주목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등을 통해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