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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 한국 설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2년 전 7000만원 수술비 지원한 신동빈 회장과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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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리비뇨의 차가운 설원 위로 17세 소녀가 날아올랐다. 중력을 거스르는 화려한 공중 회전, 완벽한 착지. 전광판에 ‘90.25’라는 숫자가 찍히는 순간,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는 새로 쓰였다. 2008년생 최가온(세화여고)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마침내 황금빛 질주를 완성했다.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승리 그 이상이다. 2년 전, 척추가 부러지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선수 생명 위기에 놓였던 소녀가 일궈낸 기적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 발전과 선수 육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신 회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 발전과 선수 육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 기적의 이면에는 묵묵히 소녀의 버팀목이 되어준 ‘키다리 아저씨’, 신동빈 롯데 회장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최가온과 신 회장의 인연은 202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 락스 월드컵을 준비하던 최가온은 훈련 중 허리를 크게 다쳐 척추 골절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해외 현지 수술과 막대한 치료비, 불투명한 재활 과정까지… 열여섯 유망주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었다.

 

이때 손을 내민 이가 바로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은 최가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자마자 7000만원에 달하는 수술 및 치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당시 최가온은 신 회장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마음 편히 치료받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삐뚤깨뚤 정성을 담은 손편지로 고마움을 전했다. 1년 넘는 고통스러운 재활을 견뎌낸 최가온은 오늘, 가장 높은 시상대 위에서 그날의 약속을 지켜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은 최가온의 금메달 외에도 김상겸(은메달), 유승은(동메달)이 차례로 메달을 따내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현장에서는 “선수들의 눈물과 롯데의 13년 지원이 만든 합작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회장은 2014년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장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300억원 이상을 설상 종목에 쏟아부었다. 단순히 돈만 낸 것이 아니다. 스키 애호가인 그는 청소년과 꿈나무까지 아우르는 4단계 육성 시스템을 직접 구축했고, 2022년에는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해 유망주들을 직접 관리했다. 특히 메달권이 아닌 4~6위 선수들에게도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동기를 부여했다.

 

신 회장은 메달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선수들에게 일일이 축하 서신을 보내 격려했다. 특히 최가온에게는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부상 없이 마치기만을 바랐는데, 다시 비상하는 모습에 큰 울림을 받았다”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 최 선수가 대견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4번의 도전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건 ‘베테랑’ 김상겸과 부상을 딛고 일어선 유승은에게도 “결실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든든한 후원자로서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