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입이 심심할 때 무심코 집어 들던 아몬드 한 줌이 우리 몸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고혈압을 잡는 천연 처방전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몸에 좋은 견과류’를 넘어, 구체적인 혈압 수치를 떨어뜨리는 임상적 효능이 확인되면서 고혈압 환자와 가족력이 있는 이들의 식단표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학계 발표를 종합하면, 아몬드 섭취가 혈압 중에서도 특히 ‘이완기 혈압’을 낮추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1000명 이상의 피실험자가 참여한 16개 무작위 대조 연구를 분석한 결과, 아몬드를 꾸준히 먹은 그룹의 이완기 혈압은 평균 1.3mmHg 감소했다.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또 다른 26개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이와 동일한 수치 하락이 확인되며 신뢰도를 더했다.
숫자로 보면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만성 질환 관리 측면에서 이 정도의 자연스러운 감소는 합병증 발생 확률을 낮추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몬드가 이토록 혈압 조절에 탁월한 이유는 그 안에 숨겨진 영양 성분들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우선 아몬드 속 마그네슘과 칼륨은 혈관을 직접 확장시켜 혈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든다. 여기에 단일 및 다중 불포화지방은 혈관 이완의 핵심 물질인 산화질소 생성을 촉진해 혈관의 탄력을 높인다.
단순히 혈관만 넓히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항산화제인 비타민 E는 혈관 노화의 주범인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혈관 수축을 완화한다. 또한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해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가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다. 그야말로 혈관 건강을 위한 종합 영양제인 셈이다.
간접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아몬드는 나트륨 함량이 거의 없어 짠맛이 강한 가공 간식을 대체하기에 최적의 식품이다.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혈관이 좁아지거나 딱딱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청소부’ 역할도 겸한다.
특히 고혈압 관리의 최대 난적인 체중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아몬드의 단백질과 식이섬유는 적은 양으로도 큰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이 과일, 채소와 함께 견과류를 강조하는 ‘DASH(고혈압 예방) 식단’의 핵심으로 아몬드를 꼽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심혈관 건강을 위한 최적의 섭취량은 하루 약 1.5온스(약 35알) 정도다. 이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무염’ 또는 ‘저염’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조미 아몬드는 과도한 나트륨을 함유해 오히려 혈압 관리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하루 나트륨 섭취를 1,500m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아몬드가 간편하고 강력한 건강식임은 분명하지만, 마법의 약은 아니다. 나무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하며, 전체적인 식습관 개선이 병행될 때 아몬드의 진가는 발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