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대기업 그룹들이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건 자본주의적인 관점으로 봤을 땐 손해다. 아직 한국은 프로스포츠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광고와 기업 이미지 제고, 사회 공헌 등 무형의 이익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대만 스프링캠프 불법 도박 논란은 대기업이 스포츠단을 운영해야 할 이유를 사라지게 만들 정도의 사건이다.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운영하는데, 구성원인 선수들이 오히려 그룹 이미지를 똥칠하고 있다. 가뜩이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롯데 그룹이 10여년 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온 스노보드에서 최초의 금메달(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이 나와 신동빈 회장이 스키·스노보드 업계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는데, 프로야구 선수들이 이를 한 순간에 걷어차버린 셈이다.
대만 타이난에서 2026시즌을 준비 중인 롯데 일부 선수들이 불법 도박장을 출입하고 여성 종업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 구단은 지난 13일 “선수를 면담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결과 나승엽, 고승민, 김동혁, 김세민이 대만에서 불법으로 분류된 장소에 방문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지훈련 도중 훈련 휴식일에 온라인 도박장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구단은 “이유를 불문하고 KBO와 구단 내규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지른 선수 4명을 즉각 귀국 조치할 예정”이라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하고, 결과에 따라 구단도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징계를 예고했다. 나승엽과 고승민은 올 시즌 주전 내야수로 활약할 예정이었기에 롯데는 2026시즌 전력에도 타격이 크게 지장이 생길 전망이다.
롯데 구단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전수 조사를 통해 추가로 확인되는 부분은 엄중하게 대처하겠다. 선수단 전체에도 경고했다"며 "물의를 일으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불법 도박장에 출입한 것도 모자라 고승민은 여성 종업원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듯한 행동까지 CCTV에 잡혀 성추행 의혹도 제기됐다. 현지 경찰 조사까지 있었으나 대만 경찰은 피해 당사자가 성희롱 피해를 부인해 고소 의사는 없다고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성추행까지는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선수들이 얼마나 도덕적 해이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KBO는 2월 통신문을 통해 “전지훈련지에서도 많은 팬들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해외에서도 KBO리그의 구성원임을 잊지 않고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범적인 생활로 스프링캠프를 마치기 바란다. 카치노나 파친코 등의 출입이나 외부 음주 행위, 부적절한 SNS 사용 등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바란다”고까지 공지했으나 롯데 선수들은 KBO의 권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얘기다.
롯데 그룹으로선 이번 겨울이 그룹의 이미지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역만리 이탈리아 땅에서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의 금메달, 남자 평행대회전 김상겸의 은메달, 여자 빅에어 유승은의 동메달까지 스노보드가 한국의 올림픽 메달레이스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롯데 그룹의 10여년 간의 물심양면의 헌신이 있었다.
롯데는 2014년 신동빈 회장이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한국 스키·스노보드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4년 11월 당시 1년가량 리더십 공백을 겪으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어려움을 겪던 스키협회는 롯데의 지원으로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스키 선수로 활동한 신동빈 회장의 스키 사랑이 계기가 됐다. “경영을 하지 않았다면 스키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인 신 회장은 2014년 11월 회장에 당선되며 “한국 스키·스노보드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일성을 밝혔고, 그에 따라 롯데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신 회장이 협회장으로 재임한 2014∼2018년 175억원 이상을 지원했으며, 평창 동계 올림픽 때도 500억원을 후원했다. 신 회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롯데 출신 임원들이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롯데는 2022년엔 스키·스노보드 팀도 창단해 유망주에게 계약금과 훈련비, 장비 등을 지원하며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신 회장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유망주 최가온이 2024년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 출전했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수술받자 치료비 전액인 7000만원을 지원하기도했다.
그간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스키, 스노보드 종목에 수백억원을 지원했고 그 결실이 10년이 지나 이뤄지고 있는 순간. 국민들은 롯데 그룹의 아낌없는 지원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불법 도박으로 그 이미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래선 롯데 그룹이 야구단을 운영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