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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만 사먹었는데 위암 3기라니?”…병원 복도 채운 50대 남성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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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스트레스인 줄만 알았다” 정기 검진 4년 미룬 50대 환자의 돌이킬 수 없는 후회
한국인 하루 나트륨 3400mg 섭취, WHO 권고치 2배…매일 위 점막 긁어내는 ‘찌개 국물’
조기 발견 시 생존율 95% 웃돌아…“5분 내시경이 남은 50년 생명 건지는 ‘유일한 열쇠’”

“단순히 스트레스 받아서 소화가 안 되는 줄만 알았지. 약국에서 소화제만 사 먹다 두 달 만에 병원을 찾았는데, 위암 3기란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40대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세포의 싹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freepik 제공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40대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세포의 싹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freepik 제공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대기실. 진료를 기다리는 김모(59)씨의 얼굴엔 돌이킬 수 없는 짙은 후회가 배어 있었다.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4년 넘게 위내시경 검사를 미루고 있었다. 김씨처럼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하다 병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우는 중년 남성들이 여전히 진료실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매일 위장을 긁어내는 찌개 국물의 대가

 

몽골, 일본과 함께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그래서 왜 이토록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걸까. 답은 매일 마주하는 밥상 위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내 위를 긁어내는 숟가락: 나트륨의 경고.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내 위를 긁어내는 숟가락: 나트륨의 경고.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200~3400mg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2000mg)을 두 배 가까이 넘기는 수치다. 매일 라면 한 개 반에 달하는 나트륨을 들이붓는 격이다.

 

펄펄 끓는 뜨겁고 짠 찌개 국물을 들이마시고, 소금에 절인 염장 김치와 젓갈을 곁들이는 식습관이 내 위 점막을 매일 긁어내고 있는 셈이다.

 

국내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감소 추세로 보고되지만, 연구·가이드라인에선 한국 유병률을 여전히 50% 안팎으로 제시한다.

 

상처 난 위벽에 균이 파고들어 만성 위염을 일으키고, 결국 암세포가 똬리를 틀 판을 깔아준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까지 겹치며 위암 발병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생존율 95%의 조건, “아프기 전에 가라”

 

위암이 유독 독한 이유는 완벽하게 병을 숨기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며 자라나도 기껏해야 가벼운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 정도만 느낀다.

 

참다못해 복통이 심해지거나 구토를 하고 검은 변을 보아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의사조차 손쓸 시기를 놓친 경우가 허다하다.

 

돌파구는 명확하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조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5%를 웃돈다. 과거 40%대 생존율에 머물렀던 죽음의 병이, 이제는 일찍 발견하기만 하면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위 점막을 손상시켜 암 발병률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식습관 개선이 시급하다. freepik 제공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위 점막을 손상시켜 암 발병률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식습관 개선이 시급하다. freepik 제공

상당수가 증상 없이 국가검진에서 발견된다. ‘아파서’가 아닌 ‘정기 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암을 찾아냈다. 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차갑고 불편한 내시경 기계가 위장 안으로 들어가는 단 5분의 고통을 참으면 남은 50년의 생명을 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결론은 단순명료하다. 암세포는 내가 매일 먹는 밥상과 검진을 미루는 게으름을 먹고 자란다. 오늘 당장 밥상에서 소금에 찌든 반찬과 검게 탄 고기를 덜어내고, 신선한 채소를 그 자리에 채워 넣어야 한다.

 

무엇보다 40대가 넘었다면 2년에 한 번씩 국가 암 검진으로 나오는 위내시경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 특히 직계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거나, 헬리코박터균 감염 이력이 있다면 1년마다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이 가장 안전한 보험이다.

 

“내년엔 꼭 받아야지”라며 무심코 넘긴 탁상달력 페이지 속에서, 암세포는 오늘도 소리 없이 자라고 있다.

 

퇴근 후 습관적으로 떠먹는 뜨겁고 짠 찌개 국물 숟가락을 당장 내려놓고, 내일 아침 동네 내시경 센터로 전화를 거는 것. 그것이 남은 50년의 일상을 온전히 지켜내는 유일한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