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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만 겨우 명맥 유지…유통家 눈은 벌써 3월 WBC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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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동계스포츠 최대 축제인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개막 9일째를 맞았지만, 거리에서 올림픽 특수를 체감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퇴근길 치킨집 앞 길게 늘어섰던 줄도, 편의점 맥주 매대를 가득 채웠던 올림픽 한정판 굿즈도 이번엔 자취를 감췄다. 과거 올림픽 시즌이면 밤낮없이 들리던 환호성이 이번에는 유독 조용하다.

 

서울 강남구 파리바게뜨 양재본점에서 모델들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팀코리아’ 포토카드를 소개하는 모습. 파리바게뜨 제공
서울 강남구 파리바게뜨 양재본점에서 모델들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팀코리아’ 포토카드를 소개하는 모습. 파리바게뜨 제공

18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동계올림픽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4.7%에 머물렀다. 종합편성채널 내에서는 1위라지만, 지상파 전체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7위에 불과한 성적이다. 전날 7.7%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가장 큰 원인은 ‘잠 못 드는 밤’을 강요하는 8시간의 시차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 30분에 열린 차준환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이나 이른 새벽 배치된 쇼트트랙 결승전 등 황금 시간대를 비껴간 경기 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과거 김연아(피겨)나 윤성빈(스켈레톤)처럼 전 국민을 TV 앞으로 불러 모을 압도적 ‘스타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무관심을 키웠다.

 

마케팅 현장은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이다. 막대한 후원금을 낸 공식 파트너사들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팀코리아) 공식 스폰서인 파리바게뜨는 지난 12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2만원이상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선수들의 투혼이 담긴 포토카드를 증정하고 있다. 아울러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별도의 팝업 행사를 마련해 훈련에 매진한 선수들을 격려하며 공식 후원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CJ제일제당은 밀라노 현지 코리아하우스에 ‘비비고 존’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비비고 볶음면 2종을 증정하며 K-면 요리의 매력을 알리는 한편 만두, 치킨, 김, 떡볶이 등 비비고의 핵심 라인업을 전시해 K-푸드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인 오비맥주 카스는 우리 선수단의 승전고와 연동된 실시간 이벤트를 펼친다. 메달을 획득하는 날마다 메달 1개당 1만명을 선정해 논알코올 음료 ‘카스 0.0’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이와 별개로 선착순 1000명에게 무료 기프티콘을 증정하는 깜짝 이벤트도 병행하며 안방 응원단의 열기를 붙잡아두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일반 유통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맥주 4캔 8000원, 황금올리브 치킨 1만5000원 등 파격 할인 공세를 펼쳤던 편의점과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올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하다. 실적 부진을 겪는 식음료업계가 흥행 가능성이 낮은 이벤트에 지갑을 닫은 결과다.

 

업계는 이번 올림픽을 사실상 ‘건너뛰는 분위기’다. 대신 시선은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6월 북중미 월드컵으로 향하고 있다. WBC는 한일전을 포함한 주요 경기가 퇴근 시간대인 오후 7시에 열린다. 월드컵 역시 점심시간 직전인 오전 10~11시에 배치되어 단체 관람과 식음료 소비를 유도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호흡이 길고 긴장감이 유지되는 구기종목 특성상 주류와 안주류 매출 상승 폭이 동계 종목보다 훨씬 크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올림픽 초기 시기라 그런지 유의미한 매출 변화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겨울시즌인 만큼 날씨가 풀리며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이 되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