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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자전거의 도시와 지하철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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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처음 방문한 많은 중국인은 한국에서 자전거가 별로 없고 걸어가는 길에 크고 작은 언덕이 있다는 데 당혹스러워한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이 매우 많아서 시내에서는 한 시간이면 거의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린 뒤 목적지까지 걸어야 하고 그 길에는 늘 크고 작은 언덕이 있다. 나는 현재 서울 신촌 근처에 살고 있는데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까지 가려면 꽤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한다.

내 고향은 중국 남쪽인데 지형이 대체로 평탄하다. 전기자전거는 거의 모든 가정이 가지고 있는 실용적인 이동 수단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은 자가용도 구입한다. 시장이나 직장에 전기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중장년층, 공유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대학생의 모습은 아주 일상적인 풍경이다. 거리 곳곳에는 개인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주요 교차로에는 공유 자전거가 대량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용 요금도 저렴해 한 번 이용하는 데 400원도 채 되지 않는다. 또 아파트 1층에는 자전거 보관소와 전기 충전 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공유 자전거는 몇백 미터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 외에 택시가 있는데, 택시 역시 서울 택시 요금의 약 5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자가용이 없는 경우 이동 수단이 사실상 지하철과 버스로 한정된다.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

2016년 내가 다니던 중국 대학과 한국의 한 대학이 2주간의 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나는 학생 자원봉사자로서 통역을 맡았다. 양국 학생들은 교류 활동의 하나로 캠퍼스와 시내를 둘러보자고 했다. 중국 학생들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해 약 3시간 정도의 코스를 짜자고 제안했다. 그 말을 들은 한국 학생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자전거를 세 시간 탄다고요?” 이후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한국에서 자전거는 주요 교통수단이라기보다 한강 변에서 잠시 체험하는 활동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 당시에 나는 그들의 놀라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하며 비로소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전거로 세 시간 동안 도심을 이동한다는 발상 자체가 한국 학생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변의 많은 중국인 유학생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왜 한국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도 곧 서울의 언덕 지형과 지하철 중심의 이동 방식에 익숙해진다. 중국에서 익숙했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면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다. 2019년 중앙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시절의 일이다. 한 중국인 동기가 등하교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동 킥보드를 구입했다가 학교 정문 앞 언덕에서 넘어져 발목과 팔을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지금은 수원에 정착해 살고 있는 그 친구는 이 이야기를 꺼내면 웃으며 다시는 한국에서 킥보드를 타지 않겠다고 말한다.

서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중국의 이동 방식과 한국의 이동 방식을 비교해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지형과 도시 구조는 서로 다른 이동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편함으로 느껴졌던 이동 방식이 이제는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중국에서 전기자전거가 자연스러웠던 것처럼 서울에서는 지하철과 도보가 자연스럽다. 이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조금씩 조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다. 문화는 “인간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이라고 가르친 교수님의 말씀이 다시 한번 가슴에 와닿는다.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