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어머니, 이번에도 또 파스 냄새 진동하며 오셨어요?”
연휴가 끝난 직후인 19일 오전, 서울의 한 동네 정형외과 대기실. 굽은 허리를 손으로 받치며 들어서는 70대 어르신부터 손목 보호대를 칭칭 감은 50대 주부들까지, 좁은 소파는 이미 만석이다. 접수처 전광판에 찍힌 대기 번호는 벌써 100번을 향해 달려간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무릎이 시큰거려 걷질 못하겠다”며 미간을 찌푸린 채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로 북새통이다. 자식들 먹일 음식 장만에 당신의 관절을 소모해버린 우리네 부모님들의 ‘아픈 명절’ 풍경이다.
◆바닥 전 부치기, 허리·무릎 하중 높이는 주범
명절 직후에는 요통(M54)과 무릎관절증(M17)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한다. 기름 냄새 밴 집을 뒤로하고 병원부터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거실 맨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쪼그려 앉아 전을 부치는 모습은 익숙하지만, 뼈 건강에는 최악이다. 허리가 C자 형태로 굽은 채 체중을 견뎌야 하므로 골반과 꼬리뼈, 무릎으로 하중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 국민건강영양조사(2022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여성의 골관절염 유병률은 24.1%에 달했다. 같은 연령대 남성(4.3%)과 비교하면 약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폐경 전후 호르몬 변화 탓도 있지만, 명절 음식 준비 등 쪼그려 앉는 가사 노동 비중이 높은 생활 습관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전은 가급적 식탁 위에 버너를 올려두고 의자에 앉아 부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치 못해 바닥에 앉아야 한다면 벽에 허리를 기대고, 엉덩이 밑에 두툼한 쿠션을 깔아 척추 하중을 분산해야 한다.
◆튀김 연기의 역습…실내 미세먼지 관리 필수
전 굽는 고소한 냄새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실내공기질 연구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고기를 굽거나 튀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평상시보다 최대 20배 이상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24시간 권고 기준(15㎍/㎥)을 훌쩍 넘기는 수치다. 환기 없이 조리 연기를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호흡기 점막에 심각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조리 중에는 반드시 주방 후드를 가동하고, 춥더라도 창문을 열어 맞통풍을 시켜야 한다. 공기청정기만 믿기보다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환기가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오후에 더 쑤시는 허리, ‘디스크 수분’과 관련
오전에 무리해서 일하고 나면 오후 들어 유독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척추 뼈 사이의 추간판(디스크) 상태와 밀접하다.
추간판은 수분을 머금어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는데, 장시간 압박을 받으면 수분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며 높이가 낮아지고 탄력이 떨어진다. 하루 일과를 마친 뒤 키를 재면 아침보다 미세하게 줄어있는 이유기도 하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을 쓰는 작업은 가급적 디스크 상태가 좋은 오전에 처리하고, 오후에는 틈틈이 허리를 펴주는 스트레칭으로 관절에 숨 쉴 틈을 줘야 한다.
◆함부로 밟지 마라…휴식이 가장 큰 보약
“허리 좀 밟아다오.” 명절 피로를 푼다며 자녀들에게 등을 밟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체중을 실어 강하게 압박할 경우, 골밀도가 낮은 고령층은 척추 압박 골절이나 갈비뼈 골절 등 예기치 못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통증 회복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보약’은 충분한 수면이다. 수면 부족이 만성 통증 민감도를 높인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다수 보고된 바 있다.
잠잘 때는 바로 눕기보다 옆으로 누워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우는 자세가 허리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굳은 허리를 강제로 누르기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숙면을 취하는 것이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지름길이다.
내 몸의 관절을 갉아먹어가며 명절 상을 채울 이유는 없다. 거실 바닥 대신 식탁 의자로, 닫힌 창문 대신 열린 문으로 동선을 조금만 바꿔보자. 연휴 직후 파스 냄새 진동하는 병원 대기실에서 긴 시간을 보낼 확률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