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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뻘 동기들과 졸업작품 준비할 때 가장 행복했죠”…85세 늦깎이 대학 졸업생 이군자씨

“하루 왕복 7시간 통학이 힘들지 않았냐고요? 삶을 충전하는 시간이었어요.”    

 

목원대학교 만학도 졸업생 이군자(85·한국화)씨는 졸업 소감을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이씨는 2024년 3월 목원대 미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 한국화전공으로 3학년에 편입해 2년간 공부를 마치고 이번에 학사학위를 받는다. 이씨는 “대학생으로 보낸 지난 2년이 꿈만 같다”며 “배움 자체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지 가는 시간이 아쉬웠다”고 했다.  

 

85세에 목원대 미술학부를 졸업한 늦깎이 대학생 이군자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목원대 제공
85세에 목원대 미술학부를 졸업한 늦깎이 대학생 이군자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목원대 제공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이씨는 목원대 입학 후 매일 오전 3시에 눈을 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들으려면 오전 6시5분 집 앞에서 마을버스 첫 차를 타야했다. 평택역에서 오전 6시51분 기차에 몸을 싣고 대전역에 도착하면 지하철로 갈아 타 유성온천역에 내린다. 학교버스나 시내버스를 타고 20분을 더 가야 최종 목적지인 목원대에 도착한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9시30분. 하루 통학 시간만 왕복 7시간에 달했다. 

 

체력이 방전될만도 한데 이씨는 “배움 자체가 즐거움이었기에 통학하는 시간이 수고로움이 아닌 기쁨으로 채워진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씨가 늦깎이 대학생이 된 건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씨는 75세에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후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통과했다. 2022년엔 평택의 한 대학에 진학해 전문학사학위도 땄다. 목원대 미술학부에 진학한 건 젊은 시절 한복 제작일을 했던 경험에서였다. 

 

이씨는 “오랫동안 취미였던 그림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중심이 됐다”며 “서예에서 시작해 사군자, 수채화를 그리며 색의 화려함에 매려됐다”고 했다. 민화를 접한 뒤엔 한국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제대로 배워보자’는 의지가 그를 대학생으로 이끌었다. 

 

올해 목원대 미술학부를 졸업하는 85세 늦깎이 대학생 이군자씨가 한국화를 그리고 있다. 목원대 제공
올해 목원대 미술학부를 졸업하는 85세 늦깎이 대학생 이군자씨가 한국화를 그리고 있다. 목원대 제공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손주뻘 동기들과 졸업작품을 준비했던 시간이었다. 이씨는 “새벽에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졸업 과제에 매진했던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며 “손주 또래지만 대학 동기가 생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를 지도한 정황래 교수(미술학부 한국화전공)는 “이씨는 출석과 과제라는 기본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지켰다”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늘 배우려는 마음이 느껴졌고 그 진정성이 작업의 밀도와 완성도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씨는 후배들에게 “오는 기회를 꼭 잡으라”고 당부했다.

 

그는 “누구나 못 이룬 꿈이 하나쯤은 있는데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달려가길 바란다”고 했다. 졸업 이후에도 이씨는 ‘배움’을 중심으로 삶을 설계했다. 이씨는 “기회가 닿는다면 평생교육 강사를 하면서 배움에 목마른 주변 사람들에게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은 “이씨의 발걸음은 ‘배움에 끝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며 “새벽 통학을 마다하지 않고 학업을 완주한 과정 자체가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에 큰 울림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의 이같은 노력과 열정에 목원대는 20일 열리는 202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총장공로상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