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은 전 세계 88개국에 상표권을 등록했지만 27개국에선 분쟁 중입니다.”
지난달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해외에서 K브랜드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기업들의 국내 및 해외 상표권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K푸드와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훨훨 날고 있지만 그에 맞춰 ‘짝퉁’으로 불리는 모조품도 판을 치면서 우리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삼양식품은 19일 불닭 브랜드의 영문명인 ‘Buldak’의 상표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식재산처(옛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이 영문 명칭에 대한 상표권 획득에 나선 것은 국문 명칭인 ‘불닭’의 경우 상표권을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허법원은 2008년 “‘불닭’이라는 명칭은 이미 보통명사처럼 널리 사용돼 상표로서 식별력을 잃어 누구나 상표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짝퉁상품이 쏟아지자 상표권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짝퉁 불닭볶음면이 등장한 건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아진 2020년대 들어서다. 중국과 동남아, 미국을 비롯해 최근에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모방 제품이 나왔다. 중국에선 불닭볶음면의 중문 명칭인 ‘불닭면(火鷄麵)’이 들어간 이름의 제품과, 불닭볶음면의 캐릭터 호치를 모방해서 넣은 ‘천쉐볶음면’이 시중에 나와 있다. 제조사의 이름마저 ‘삼양’(Samyang)과 비슷한 이름인 ‘세이닝’(Sayning)이라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비비고’를 앞세워 70개국에 진출했지만 현재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유사상품과 관련해 4건의 상표권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해외 7개국(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에서 무단 선점이 의심되는 한국 상표 피해 건수는 2023년 4045건에서 지난해 사상 처음 1만건을 넘어서며 2년 만에 2.5배 이상 급증했다. 피해를 본 국내 기업 수도 같은 기간 3622곳에서 7447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 세계에서 K푸드와 K뷰티 등 소비가 급증하면서 짝퉁상품이 기승을 부리고, 이로 인한 상표권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미 ‘Buldak’은 전 세계 소비자에게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K푸드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기업이 장기간 쌓아 올린 노력과 브랜드 가치가 짝퉁과 모방에 의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브랜드 IP 보호 정책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뷰티’로 글로벌 온라인앱마켓을 호령하는 국내 뷰티 브랜드들도 짝퉁 제품에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미국 아마존, 이베이 등에서는 국내 브랜드와 외관 디자인을 유사하게 만든 가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이피알과 조선미녀, 티르티르, 아누아, 스킨1004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브랜드들이 주요 타깃이다. 위조 제품은 패키지와 용기도 정품과 유사하게 제작해 소비자들은 정품과 가품 구분이 어렵다. 에이피알의 ‘콜라겐 나이트 랩핑 마스크’ 위조품의 경우 ‘콜라겐’ 대신 ‘골라겐’이라고 적혀 있거나 용량 표시가 ‘㎖’가 아닌 ‘mi’로 표기되는 등 오타 및 맞춤법 오류가 발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 시장에서 적발된 한국 화장품 위조건수는 2023년 1만6774건에서 지난해 3만6116건으로 급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