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오산시에서 길을 지나던 운전자의 목숨을 앗아간 고가도로 옹벽 붕괴 사고 현장에 비정상적 자재가 쓰이고 해당 옹벽이 준공 이후 10여년간 안전점검 대상에서 누락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오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붕괴한 오산 서부우회도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은 2011년 준공 이후 12년 뒤인 2023년 6월에야 시설물 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됐다.
FMS란 보수·점검 등 시설물의 전 생애 이력을 디지털화해 관리하는 체계다. 이른바 ‘시설물 건강기록부’로 불리는데, 여기서 누락되면서 사고가 난 옹벽은 10여년간 법정 안전 관리망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이 옹벽은 총 길이 330여m, 높이 10여m 규모로 2종 시설물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반드시 FMS에 등재돼 정기적인 점검을 받아야 한다.
사고가 난 서부우회도로는 현대건설이 2006∼2012년 시공한 양산∼가장 구간(4.9㎞)과 대우조선해양이 2016∼2023년 시공한 가장∼두곡 구간(3.3㎞)이 연결된 4∼6차로 도로다. 무너진 옹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서부우회도로(오산 시도 1호선) 중 가장교차로 부근 도로 하부를 떠받치는 핵심 구조물로, 현대건설이 준공한 양산∼가장 구간의 종점이다.
양산∼가장 구간은 2011년 준공 후 2012년 먼저 개통했고, 가장∼두곡 구간은 2023년 9월 준공되면서 전 구간이 정식 개통했다.
오산시에 따르면 시가 LH로부터 기부채납 방식으로 옹벽을 이양받은 시점은 2017년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발주처인 LH, 관리주체가 된 오산시 모두 안전 문제를 놓친 셈이다. FMS 등재가 누락된 데 대해 오산시는 이양 당시 해당 옹벽이 등록 대상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수사당국은 해당 옹벽에 설계와 다른 자재가 사용된 정황을 두고도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옹벽 내부 토압을 견디게 해주는 핵심 보강재인 ‘지오그리드(Geogrid)’가 설계와 다른 제품으로 대체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붕괴 현장에선 설계와 다른 지오그리드 제품이 발견됐다.
옹벽과 관련된 이번 정황은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흘러나왔다. 사조위는 조만간 설계·시공 절차 준수 여부 및 자재 변경 경위와 관련한 입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경찰은 시설물 관리주체들이 유지·보수 등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16일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붕괴하면서 쏟아진 토사가 아래를 지나던 차량을 덮쳐 40대 운전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건으로 이권재 오산시장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중대시민재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시정 최종 책임자인 이 시장이 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관련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등의 업무를 소홀히 한 정황을 파악하고 조사하다가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오산시청 직원 3명, 당시 도로의 안전점검을 담당했던 업체 관계자 6명도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대건설 본사, 국토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 오산시 재난안전 관련 및 도로건설·관리 부서, 시장실, 비서실, 안전정책과, 기획예산과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 증거물도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향후 발표될 사조위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이 시장에 대한 수사를 조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