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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폭증 10년… K방산은 지속 성장할 수 있을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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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장기간 침체를 거듭하던 글로벌 방위산업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해협 갈등으로 세계 각국의 위기 의식이 높아졌다. 동맹의 안보 부담을 늘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조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군비 증강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울산 일산항 인근 해상에서 지난해 5월 진행된 해군 주관 전·평시 상용 무인체계 작전 운용 가능성 검증훈련에 참가한 드론 운용 민간 요원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누리호 갑판에서 골판지 드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해군 제공
울산 일산항 인근 해상에서 지난해 5월 진행된 해군 주관 전·평시 상용 무인체계 작전 운용 가능성 검증훈련에 참가한 드론 운용 민간 요원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누리호 갑판에서 골판지 드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해군 제공

K방산도 폴란드,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에 국산 무기를 대거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주식시장에서도 K방산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다만 K방산이 글로벌 방위산업계처럼 오랜 기간 고도 성장을 거듭할 지는 불확실하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냉전이 끝나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의 운명을 건 전쟁은 이제 없을 것’이라는 인식에서였다.

 

군비는 줄어들었고, 군사기지는 가동을 멈췄다. 신무기 개발 계획은 중단됐고, 방위산업체 생산능력은 크게 감소했다.

독일 라인메탈 공장에서 작업자가 푸마 보병전투차 포탑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독일 라인메탈 공장에서 작업자가 푸마 보병전투차 포탑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같은 인식을 깨버렸다. 21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면전에 세계는 경악했다.

 

‘전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군비 증강이 시작됐다. ‘군사력=국력’이란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방산업체는 생산력 강화와 신무기 개발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 20∼30년간의 신무기 개발 공백을 빠르게 메우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캐나다는 5000억 캐나다달러(약 530조원)를 투자하는 방위산업 전략을 최근 발표했으며, 호주도 인공지능(AI)·자율시스템·양자 기술에 민간 자본을 유치, 첨단 국방 기술 개발을 지원할 10억 호주달러(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프랑스는 지난해 말 8만t급 핵추진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공개했고, 스웨덴은 호위함 4척 도입 계획을 추진중이다. 유럽 최대 우주 발사체 제작사인 아리안그룹은 사거리 1000㎞급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안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폭탄을 싣고 이륙하는 드론을 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폭탄을 싣고 이륙하는 드론을 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갈등은 인도태평양 내 군비 증강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대만은 미국에서 전투기와 정밀유도무기 등을 대량 구매했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도 군함과 전투기 등의 신규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외 정책도 군비증강을 자극한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들에게 안보 부담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맹국 안보 부담 증대에 따른 무기 수요 증가를 염두에 두고 자국 방위산업의 생산력 증대도 강조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전술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전술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산 성장 가능성 커…트렌드는 바뀔 듯

 

이같은 요소들은 세계 각국의 국방비 지출이 상당 기간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국방비 증액은 무기 수요를 늘리고, 방위산업체의 생산 및 연구개발 물량을 증대한다. 이는 글로벌 방위산업의 고도 성장을 지속하는 동력이 된다.

 

최근 유럽의 6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인 미래전투항공체계(FCAS)와 관련, 프랑스·독일 간 갈등이 증폭되자 독일에서 독자 개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국방비 급증 및 방위산업 역량 강화와 무관치 않다.

 

다만 방위산업의 성장세를 주도할 분야는 과거와는 달라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세계 각국에선 전차·자주포·방공체계 등 재래식 무기 발주가 급증했다.

지난 1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참가자들이 AI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
지난 1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참가자들이 AI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전쟁 기간 발주됐던 재래식 무기 납품이 이뤄진 직후에는 전쟁 이전부터 주목받았던 AI·무인·사이버·네트워크·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을 적용한 첨단 무기체계 개발·도입이 성장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2030년대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를 단일 네트워크로 묶는 다영역통합작전 개념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핵심적 역할을 하는 자율 인지·연결 우위 개념이 확대되고, 2040년에는 이같은 방식이 기술적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보편적 전투방식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육·해·공군 분야도 이같은 변화에 맞춰 발전을 지속할 전망이다.

 

공군은 F-35와 6세대 스텔스기에 무인기가 추가되는 형태의 조합이 핵심이다. 소수의 스텔스기와 다수의 무인기가 결합되어 정찰·전자전·정밀타격 등의 임무를 분담한다. 이를 위해선 실시간 데이터 융합·표적 자동인식 기능이 필수다.

미 공군 F-35 스텔스기가 내부무장창을 열고 비행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 공군 F-35 스텔스기가 내부무장창을 열고 비행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전투기와 무인기에 쓰일 항공무장 트렌드도 바뀐다. 항공무장을 비좁은 스텔스기 내부무장창과 무인기 날개에 탑재하려면, 기존보다 크기를 대폭 줄여야 한다.

 

스텔스기 내부무장창과 무인기 날개 장착이 가능할 정도로 작고, 기존 항공무장보다 사거리·위력·정밀도는 우수한 기종이 널리 쓰이게 된다. 이같은 소형 정밀유도무기는 스텔스기와 무인기의 공격력을 대폭 끌어올린다.

 

육군은 전방에 배치한 정찰 무인체계가 탐지한 정보를 AI와 빅데이터 기술로 실시간 융합, 포병과 지대지 미사일 등에 할당하는 구조로 바뀔 전망이다.

 

해군은 AI 기반 신호 융합·처리 기술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잠수함전에서 인간이 파악하지 못했던 변수를 AI가 탐지·식별하면 잠수함은 은밀성 유지가 어려워진다. 대공·대수상전에서는 무인기나 무인수상정 또는 잠수정 공격도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폴란드군 19-RA 드론이 훈련을 앞두고 야지에 전개되어 있다. EPA 연합뉴스
폴란드군 19-RA 드론이 훈련을 앞두고 야지에 전개되어 있다. EPA 연합뉴스

AI 기반 기술을 발전시키면 단일 함정 중심 작전 대신 다수의 플랫폼과 공중·우주 센서 및 지휘통제체계가 결합된 통합교전체계를 구축, 함대 방어와 공격 작전을 유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선진국 방위산업도 개편될 전망이다. 록히드마틴·보잉 등의 체계종합업계와 더불어 AI·센서·클라우드·데이터 분석 업계가 방위산업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갈수록 전통적 방위산업보다 소프트웨어·AI·데이터 분야 매출이 더 빠르게 증대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방산 기술 스타트업 안두릴은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약 86조7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의 기업가치 평가액 305억 달러에서 약 8개월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위아가 만든 105㎜ 차륜형자주포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 부스에 전시되어 있다. 현대위아 제공
현대위아가 만든 105㎜ 차륜형자주포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 부스에 전시되어 있다. 현대위아 제공

◆미래 먹거리가 안보이는 K방산

 

이같은 글로벌 추세에서 K방산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K방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외적 위상도 높아졌지만, 잠재적인 약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방산의 주요 수출 아이템은 K-2 전차, 천무 다연장로켓, K-9 자주포, 천궁 지대공미사일 등이다. 10∼20여년 전에 개발된 지상장비다.

 

단기적으론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수출이 순조롭다.

 

하지만 글로벌 방위산업과 국방 트렌드가 재래식 무기에서 첨단기술 장비로 변화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K방산의 성장세를 유지할 AI·소프트웨어·빅데이터·무인 등의 기술을 갖춘 차세대 K방산 아이템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국산 호위함을 샀거나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은 레이더나 전자전 장비 등을 고를 때 유럽·이스라엘산이 먼저다.

 

센서·전자전·AI·소프트웨어 등에서의 약세는 해외 시장에서 K방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유럽·이스라엘 업계와의 부가가치 격차가 벌어질 위험 때문이다.

울산 일산항 인근 해상에서 지난해 5월 진행된 해군 주관 전·평시 상용 무인체계 작전 운용 가능성 검증훈련에 참가한 드론 운용 민간 요원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누리호 갑판에서 드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해군 제공
울산 일산항 인근 해상에서 지난해 5월 진행된 해군 주관 전·평시 상용 무인체계 작전 운용 가능성 검증훈련에 참가한 드론 운용 민간 요원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누리호 갑판에서 드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해군 제공

전차와 자주포 등의 재래식 무기 판매는 생산·납품 시점에서 매출이 집중된다. 예전에는 후속군수지원 과정에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통념이 있으나, 재래식 무기 판매 경쟁이 격화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전차를 비롯한 재래식 무기는 구매국이 우위에 있다. 세계 각국 제조사들은 산업협력과 기술이전, 현지에서의 유지·보수 확대 등을 구매국에 제안하는 수출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단기적으론 수주와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론 유지·보수 분야 매출을 줄이고 잠재적 경쟁자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K방산도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AI와 소프트웨어는 업데이트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우수해진다. 따라서 모든 구매국 또는 기업은 업데이트 작업, 유지·보수, 시뮬레이션, 훈련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장기간 필요로 한다.

 

AI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는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도 광범위한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가치의 포획’이 이뤄지는 것이다.

 

단일 프로그램을 제작·검증하면 다수의 플랫폼과 체계에 탑재할 수 있다. 재래식 무기처럼 구매국 요구에 맞는 개조·개발 수요도 훨씬 적다. 영업이익률과 마진이 재래식 무기 판매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재래식 무기 위주의 수출 상품을 지닌 K방산이 팔란티어와 엔트로픽처럼 국방 AI·소프트웨어·데이터 서비스 확대로 방위산업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기는 쉽지 않다. 

 

K방산의 호조에 따라 현 정부는 수출 증대를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춘 ‘숏폼’ 방식의 정책은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오히려 잠재적 경쟁자 증가, 글로벌 트렌드에 뒤쳐진 산업 구조 혁신 실패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지금은 20∼30년을 내다본 미래 먹거리 육성, 무기도입 소요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국방획득체계 개편을 통한 내수 시장 활력 증진, 연구개발 동기부여 강화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K방산이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오랜 기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