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을 미식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흑백요리사’의 여운이 여전하다. 단순히 화면을 통해 시청하는 것을 넘어, 셰프들의 요리를 직접 경험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호텔로 향하고 있다. 2026년 봄, 호텔가 미식 전쟁의 핵심 키워드는 ‘사람’과 ‘스토리’다.
기존 호텔 셰프의 안정적인 감각에 방송으로 검증된 ‘재야의 고수’들이 한 접시 위에서 손을 맞잡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모던 유러피안 레스토랑 마리포사는 오는 28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서 독특한 캐릭터와 탄탄한 실력으로 눈도장을 찍은 ‘안녕 봉주르’ 고효일 셰프를 초청한다.
이번 ‘봉주르 마리포사’ 포핸즈 디너는 호텔의 이대건 총괄 셰프와 고효일 셰프가 각자의 철학을 녹여낸 7코스를 선보인다. 고 셰프의 시그니처인 ‘치김(치킨과 김)’과 ‘랍스터 김치 비스크’ 등 전통 프렌치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메뉴가 핵심이다. 29층에서 내려다보는 여의도 야경과 함께 50명 한정으로 제공되는 이 특별한 경험은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일부터 28일까지 컨템포러리 다이닝 ‘메르카토521’에서 ‘프렌치 파파’ 타미 리 셰프와 협업을 진행한다. 방송 당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마르세유 부야베스’를 호텔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이 오픈 키친에서 셰프의 조리 과정을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해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단순한 방송 출연진 협업을 넘어 글로벌 거장과의 만남으로 품격을 높인 사례도 있다. 웨스틴 조선 부산의 한식 레스토랑 ‘셔블’은 지난달 프랑스 미쉐린 스타 셰프 스테판 카라드와 함께 8코스 포핸즈 디너를 성료했다. 한식이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프렌치 다이닝을 맛보는 이색적인 시도는 전통적인 미식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외부 협업 대신 내부의 ‘현장성’과 ‘재료’에 집중했다. 3~4월 진행되는 ‘워커힐 봄 미식 여행’은 호텔 내 6곳의 대표 레스토랑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모션이다. 셰프들이 직접 엄선한 봄나물과 해산물을 활용해 ‘지금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판 메뉴로 독자적인 미식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호텔가가 이토록 셰프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 네임밸류보다 ‘사람’이 가진 고유한 ‘스토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호텔 다이닝이 정제된 형식미를 중시했다면, 최근에는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참여형 경험을 파는 구조로 변했다”며 “대형 IP와의 결합은 MZ세대를 호텔로 유인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