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른바 ‘상호 관세’ 판결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번째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 동안 임명한 대법관 3명 가운데 2명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반란표’를 던진 것이다. 그간 보수 6명(공화당 행정부 임명) 대 진보 3명(민주당 행정부 임명)의 구도로 ‘보수 절대 우위’란 평가를 들어 온 대법원에 균열이 생긴 모양새다.
이번 판결를 계기로 트럼프가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에 나설 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대법원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대법관 6 대 3 의견으로 ‘위법’ 판정을 받았다. 보수파 대법관 6명 중에서 클래런스 토머스(77), 새뮤얼 알리토(75), 브렛 캐버노(61) 3인만 트럼프 편에 섰다.
반면 존 로버츠(71) 대법원장을 비롯해 닐 고서치(58), 에이미 코니 배럿(54) 대법관 3인은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71), 엘레나 케이건(65), 커탄지 브라운 잭슨(55) 대법관 3인과 연대해 다수의견을 형성했다. 보수 대법관들 내부의 균열이 결국 보수 절대 우위 구도의 붕괴로 이어진 셈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반대표를 던진 대법관들 중 고서치와 배럿은 둘 다 트럼프가 발탁했다. 명문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고서치는 제10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일하다가 2017년 4월 트럼프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그는 트럼프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사망한 안토닌 스칼리아(1936∼2016)의 후임자로 대법원에 입성했다.
오바마는 대법원에 공석이 발생하자 민주당 성향의 메릭 갤런드(73)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하지만 2016년 당시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이 “임기 만료가 얼마 안 남은 대통령에 의한 대법관 인사권 행사는 부당하다”며 임명을 가로막았다. 그해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며 갤런드의 대법관 꿈은 물거품이 됐다. 갤런드는 훗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배럿은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중 2020년 10월 트럼프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노터데임대 로스쿨을 졸업한 배럿은 9명의 대법관들 가운데 하버드대 또는 예일대 로스쿨 출신이 아닌 유일한 대법관이다. 트럼프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며 “미국 대법관은 하버드나 예일 졸업자만 될 수 있느냐”는 말로 ‘학벌 타파’를 주장하는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저 유명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의 후임자로 대법원에 입성한 배럿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긴즈버그 사망 직후 트럼프는 강성 보수 성향의 배럿을 새 대법관 후보로 지명해 민주당으로부터 “고인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는 반발을 샀다. 하지만 임기 중 한 명의 보수 대법관이라도 더 대법원에 밀어 넣으려는 트럼프와 공화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배럿의 임명을 강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