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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前 통일장관 “평화와 통일은 분리될 수 없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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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론’의 한계 지적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하나의 민족”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말 소위 ‘적대적 두 국가론’을 꺼내들었다. 남한과 북한은 한 민족이 아니고, 남북 관계는 ‘교전 중인 국가 관계’일 뿐이며, 통일은 북한이 남한을 점령해 한반도 전체를 평정하는 이른바 ‘국토 완정(完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先代) 지도자들도 수용한 ‘남북은 한 민족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라는 명제를 내던진 셈이다.

 

남한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4년 9월 문재인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이 “통일하지 말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정은을 추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임 전 의원은 “통일을 봉인하고 두 국가 체제로 살면서 평화롭게 오고 가며 협력하자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얘기인가”라고 맞받았다. ‘통일’보다는 ‘평화’에 방점을 찍은 그의 논리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런 가운데 “평화와 통일은 분리될 수 없는 과제”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2일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에 따르면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용산 특강’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한반도 미래 : 평화와 통일 연결하기’라는 제목의 특강을 했다. 홍 전 장관은 먼저 ‘평화’와 ‘안보’, ‘평화’와 ‘통일’을 분리하는 우리 사회 평화 담론의 한계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평화가 궁극적 목표라면 안보는 이를 지키는 필수 수단인 만큼 두 개념은 대립이 아닌 상호 보완적 가치”라고 설명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반도 미래 : 평화와 통일 연결하기’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반도 미래 : 평화와 통일 연결하기’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한때 유행한 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 통일’ 논의에 비판적인 이들 상당수는 “통일을 이야기하면 남북 관계가 오히려 평화로울 수 없다”고 우려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또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남한이 말하는 평화 통일의 노림수는 결국 흡수 통일 아니냐는 것이다.

 

홍 전 장관은 “이 같은 인식은 평화와 통일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이 별개의 두 국가로 존재하고 각자의 안보가 중요하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통일을 지향하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화 없는 통일은 지속될 수 없으며, 통일 없는 평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불완전한 상태”라고 단언한 홍 전 장관은 평화와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로 36주년을 맞은 독일 통일이 결국 자유와 평화에 대한 열망에서 출발했음을 거론하며 “우리도 평화 통일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특강을 마무리했다.

 

홍 전 장관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청와대 통일비서관 등을 거쳐 2015년 3월부터 약 2년 4개월 동안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